[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 침체에 빠져있는 미국 경제에 꼭 필요한 한 가지를 꼽으라면 무엇이 가장 적합할까.
고용 안정과 소비 확대 등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업 이윤 개선, 가계 소득 증가, 부채 절감 등 경제 주체들이 직면한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출발점에 '물가'가 있다는 설명이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NYT)는 "미국의 물가가 적정한 속도로 상승하고 있지 못한 점이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Fed) 위원들의 새로운 고민거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소비자 물가상승률 추이(자료=investing.com)
지난 몇 년간 연준은 과도한 물가 상승을 경계했지만 경제가 취약한 상태를 벗어난 지금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인플레이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물가가 오를 경우 기업들의 이윤이 확대되며 이는 자연스레 근로자들의 임금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또 이는 가계의 수월한 부채 상환을 돕고 소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된 자넷 옐렌 연준 부의장도 이 같은 점을 인지하고 있으며 벤 버냉키 의장 역시 지난 7월 "낮은 물가상승률은 디플레이션의 위험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경제에 좋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물가 상승의 효과가 긍정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곳은 우선 기업이다.
특히 코스트코나 월마트 등 대형 소매업체의 경우 물가가 오르면 마진이 늘어 실적 개선의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반기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리차드 갈란티 코스트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나는 언제나 일정 수준의 물가 상승이 좋다고 생각했다"며 "낮은 수준의 물가상승률은 경기 침체기에 매출 증가율이 둔화되는 원인"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가계 역시 물가 상승의 혜택을 입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많은 이윤을 남긴 기업들이 임금을 올려주면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전반적인 소득수준이 향상되기 때문에 고정적 지출인 은행 이자 상환 부담도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은행 총재는 "물가 상승률이 예상에 못 미친다면 부채 상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며 "이는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물가 상승은 고용 창출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경영 상황이 나아진 기업들이 신규 근로자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현실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못하다. 지난 8월의 소비자물가는 전달보다는 0.1% 상승하며 3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작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는 1.5% 오르는데 그치며 역대 최저 수준 보다는 높았지만 연준의 목표치인 2%는 하회했다.
이에 따라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은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감원이나 임금 동결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미국 최대 중장비 업체인 캐터필러는 대규모 인력 감원에 이어 지난 6월 위스콘신 공장 노동자들의 6개월치 임금을 동결하기로 결정했고 앵커리지의 한 학교 역시 최근 3500명의 선생님들과 임금 동결에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