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보이스피싱을 당해 통장을 빌려준 사람을 검찰이 무혐의로 처리하지 않고 기소유예 처분한 것은 부당하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이번 결정은 유사한 사건에서 고의에 관계없이 범죄에 연루된 사람에게도 범죄경력을 지우는 검찰의 처분에 제동을 건 것이어서 주목된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최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윤모씨가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9명의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은 부당하다"고 결정했다.
기소유예는 범죄혐의가 있지만 여러 사정을 고려해 기소하지 않는 처분이다. 전과기록에는 남지 않지만 범죄수사기록이 남기 때문에 당사자로서는 생활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을 우려가 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전자금융법에서 말하는 양도에 단순히 통장 등의 접근매체를 빌려주거나 일시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며 "대출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통장 등의 사용을 위임한 것에 불과하다면 통장양도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윤씨의 경우 마이너스 대출통장을 만들어줄 것을 기대하고 통장을 교부했고 통장 교부 후 대가를 받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양도에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충분한 조사 없이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것은 중대한 잘못으로, 이로 인한 검찰의 처분은 윤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고 판시했다.
윤씨는 지난 2011년 11월 대출업자로부터 '마이너스 통장을 발급해줄 테니 통장을 보내달라'는 내용의 전화를 받고 서울의 한 은행에서 자신 명의의 계좌를 개설한 뒤 같은 날 퀵서비스로 통장 등을 전달했다.
이후 윤씨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고 검찰은 "A씨가 자신의 통장을 돌려받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점을 볼 때 통장 대여행위를 단순위임으로 볼 수 없다"며 기소유예 처분했다. 이에 A씨가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은 부당하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재판소 전경(사진=헌법재판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