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2007년 남북정상 회의록' 실종사건과 관련해 참여정부 e지원 시스템상에서 회의록 초본이 조명균 전 통일외교안보정책비서관이 별도의 삭제메뉴얼을 통해 삭제한 것으로 최종 밝혀졌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수정된 최종본은 조 전 비서관 e지원 시스템이 아닌 문건 형태로 보관하다가 백종천 전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상의한 뒤 파기했고, 이후 e지원 시스템에 접속해 최종본 파일을 첨부해 등재한 다음 '봉하e지원'으로 복제해 봉하마을 사저로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 전 비서관과 백 전 실장은 회의록 초본 파일과 최종본 문건을 노 전 대통령의 지시로 파기한 것으로 진술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15일 검찰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의혹 관련 고발사건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공개한 'e지원 삭제매뉴얼'(사진=서울중앙지검 제공)
회의록 초본과 최종본이 e지원 시스템에서 삭제됐는지 여부는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이었다. 시스템상에서 삭제가 됐다면 회의록 삭제에 고의성이 인정되고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으로 형사처벌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참여정부측은 e지원 시스템상 삭제 기능이 없기 때문에 한 번 e지원시스템에 등재된 회의록을 삭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회의록은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되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15일 검찰 수사결과에 따르면, 조 전 비서관은 2008년 1월 청와대 기록관리비서관실로부터 회의록을 e지원 시스템에서 '종료처리'해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도 이를 '계속검토'를 유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 전 비서관은 이후 e지원 시스템 관리부서인 업무혁신비서관실에 요청해 회의록 초본 파일이 첨부된 2007년 10월9일자 문서관리카드를 삭제하도록 요청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당초 e지원 시스템에는 '삭제'기능이 없었으나 2007년 2월 기록물이관 작업을 하면서 중복문서나 등록이 민감한 문서 등에 대한 삭제 필요성이 대두되자 '기록물 이관 및 인계인수 TF 회의' 등에서 논의를 거쳐 일부 문서를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업무혁신 비서관실은 2007년 8~10월 사이에 e지원 시스템 개발 및 관리업체에 요청해 e지원시스템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해 관련 정보를 삭제할 수 있는 방법이 기재된 '삭제매뉴얼'을 제공 받았고 이후 조 전 비서관의 요청으로 회의록을 삭제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또 조 전 비서관이 문건 형태로 된 회의록 최종본을 파기한 뒤 '메모보고'가 금지되고 e지원시스템이 shut-down된 시기에 '메모보고'하면서 회의록 파일을 첨부해 '봉하e지원'에만 등재되도록 해 회의록을 이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같은 수사결과를 토대로 조 전 비서관과 결재권자로서 회의록 삭제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백 전 실장을 '대통령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위반 및 공용전자기록등손상' 혐의로 이날 불구속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