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초본을 고의 삭제한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이 기억하는 대화록 미이관 경위는 뭘까.
조 전 비서관은 17일 기자회견(사진)을 가진데 이어 18일 복수의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하는 등 검찰의 최종 수사 결과 발표를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 전 비서관에 따르면 대화록 초본은 최종본 생성으로 당연히 국가기록원에 이관할 대상이 아니며, 최종본이 이관되지 않은 경위는 자신의 착오에 의한 실수로 보인다고 한다.
그가 전하는 당시의 상황은 대략 다음과 같다.
먼저 조 전 비서관은 2007년 10월 9일에 대화록 초본을 e지원에 보고했고, 노 전 대통령은 이를 10월 10일 열람(열람·시행·재검토·보류·중단 등 5가지 문서처리 방법 중 '열람'을 선택)한 뒤 10월 21일 재검토를 지시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초본의 오기를 지적하는 등 정확성과 완성도가 높은 대화록으로 정리하여 e지원에 올리라고 주문한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이에 조 전 비서관은 남북정상회담 후속 조치 및 그해 1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 수행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등 바쁜 와중에도 국정원과 협의해 대화록을 수정·보완했다.
조 전 비서관은 이어 12월 말쯤 대화록 최종본이 완성되자, 조 전 비서관은 다른 수석 등과 함께 노 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최종본이 완성됐다는 사실을 다른 업무들과 함께 보고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노 전 대통령은 이 때 후임 대통령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최종본 한 부를 국정원에 보내 보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후 조 전 비서관은 "마무리가 됐다고 생각"하고 "다른 바쁜 일들에 매달렸던 것 같다"고 기억했다. 그러던 가운데 2008년 1월 말쯤 기록물 이관을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최종본을 이관해야 된다는 사실을 인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비서관은 "이관한다면 최종본을 이관해야 되니까 10월 21일 재검토 지시가 내려온 초본은 계속검토로 뒀다. 그래야 종결이 안 돼서 이관이 안 되니까 그렇게 해뒀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종본은 어떻게 등재할 것인지를 담당부서와 상의하면서 후에 2월 14일 e지원에 메모보고로 올리는 조치를 취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 전 비서관은 "제 실수였다"면서 "최종본을 메모보고로 e지원에 올리면 당연히 이것이 국가기록원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봤는데, "2008년 2월에 이관을 하기 위해서는 문서를 같이 이관을 했어야 됐다"는 점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문서로 이관을 했어야 했다는 걸 이번에 확인했다. 제가 그런 부분을 못 챙기지 않았나. 그냥 e지원에 등재하면 통상적으로 다 이관이 됐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고, 또 이관 해당 부서에서 하지 않았겠나 예상하고 저는 그렇게 해버렸다"고 조 전 비서관은 추정 중이다.
이후 표제부(제목)가 지워진 대화록 초본과, 조 전 비서관이 2월 14일 메모보고로 e지원에 올린 최종본은 이명박 정부 출범 전 e지원 초기화 작업에서 삭제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노 전 대통령은 조 전 비서관이 메모보고로 올린 최종본은 아예 열어보지도 않은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봉하 e지원은 원본이 초기화가 되기 전 복사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검찰은 10월 9일 대화록 초본 최초 보고를 노 전 대통령의 '열람'이 아닌 '최종 결재'로 보고, 조 전 비서관의 올해 1월 진술을 근거로 노 저 대통령이 대화록 삭제를 지시했다고 판단한 상태다.
조 전 비서관은 문제의 1월 진술에 대해 "부정확한 기억을 토대로 한 잘못된 진술이었다"는 입장이다.
"당시 검사가 '국가기록원에 안 넘어가지 않았냐'는 취지의 질문을 계속해서 제가 당시 기억도 잘 안 나고 전혀 이런 걸 답변할 준비가 안 되어 있어서 부정확하게 그냥 압축해서 그런 언급을 했던 것은 사실"이라는 것이다.
조 전 비서관은 "뒤에 검찰 조사에서 제가 경솔하게 잘못된 진술을 한 것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1월 진술이 잘못된 거라는 걸 검찰에 여러 차례 얘기를 했다"며 그럼에도 검찰에서 조 전 비서관이 노 전 대통령의 삭제 지시를 일관되게 진술했다고 발표한 것을 납득하지 못했다.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도 18일 교통방송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법적으로 보자면 노 대통령의 (삭제) 지시가 있었고, 조 전 비서관은 따라서 했다고 해야 정상 아니냐"며 조 전 비서관을 옹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