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상 지도 내지는 감독을 받는 업체에게 청첩장을 보내 축의금을 받았다면 금액에 관계없이 뇌물죄가 성립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축의금 명목으로 업체들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산업안전과장 김모씨(54)에 대한 상고심에서 축의금에 대해 일부 무죄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전부 유죄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무원이 직무의 대상이 되는 사람으로부터 의례상 대가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지거나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있어서 교분상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명백히 인정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교적 의례의 형식을 빌려 금품을 받았더라도 그 금품은 뇌물이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딸 결혼식을 앞두고 지도점검 대상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받은 명함으로 청첩장 발송 목록을 작성해 일괄적으로 청첩장을 보냈고 축의금을 낸 업체 관계자들이 사적인 친분은 없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축의금을 냈다거나 회사 경비로 축의금을 낸 점 등이 인정 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런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직무의 대상이 되는 사람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것이고, 청첩장 발송과 축의금 수수행위는 사회 일반으로부터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기에 충분한 것으로 축의금은 직무와 관련성이 있는 뇌물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의금을 낸 업체관계자들이 피고인과 이미 친분을 유지하면서 상대방 집안의 애경사에 참석했다거나 피고인이 받은 축의금 액수가 사회상규를 벗어날 정도로 과도하다고 볼 수 없다고 보고 무죄로 판단한 원심은 뇌물죄에 있어서 직무관련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김씨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산업안전과장으로 근무하면서 2010년 11월 근로자들의 건강검진 미수검 사실을 적발하고도 이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업체관계자로부터 300만원을 받은 것을 비롯해 수십차례에 걸쳐 식사비와 골프접대비로 720여만원, 딸 축의금으로 530만원 등 총 1600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공소사실 가운데 축의금을 뺀 일부혐의를 무죄로 판결하면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및 벌금 3500만원을 선고하고 뇌물로 받은 금액 전액을 추징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김씨가 받은 축의금 중 20만원을 넘는 금액만 유죄로 인정하고 5만원부터 10만원까지의 축의금은 "액수가 사회상규를 벗어날 정도로 과도하다고 볼 수 없어 뇌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 1심보다 감경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0만원을 선고하고 추징금도 이를 감안해 1200여만원만 인정했다. 이에 검사가 상고했다.
◇눈 덮인 대법원 전경(사진=대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