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기획-따뜻한 이웃, 변호사들)③법무법인(유한) 바른

전직원이 직접 뛰며 '체온나누기'..공익활동도 적극보장
'사랑의 연탄' 4년간 8만장 배달..공익예산 1억·공익활동비 7억 투입

입력 : 2013-12-24 오후 1:23:23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2013년 11월30일 토요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 화훼마을. 150여명의 사람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높고 좁은 비탈길을 연탄을 짊어지고 오르고 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허리와 팔이 끊어질 듯 아파오지만 웃음소리가 떠나지를 않는다. 휴일을 반납한 법무법인(유한)바른 사람들의 겨울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들과 직원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 화훼마을을 찾아 '사랑의 연탄배달' 봉사를 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제공=바른)
 
바른의 공익활동은 여느 로펌과는 달리 구성원들이 모두 모여 몸으로 직접 하는 봉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변호사로서의 무료법률상담이나 거액의 기부도 중요하지만 이웃들과 직접 얼굴을 맞대면서 체온을 나누는 것이 보다 한국적이고 구성원들이 느끼는 기쁨과 보람도 더 크다는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바른의 김재호 대표도 "회사차원에서 공익활동을 하게 되면 구성원들이 공익활동을 통해서 기쁨과 보람을 맛보게 되고 개인적인 봉사활동을 시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저희의 작은 활동이 큰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용균 변호사 제안, 2010년부터 '사랑의 연탄 배달'
 
◇법무법인 바른의 변호사와 직원들이 지난달 30일 화훼마을을 찾아 '사랑의 연탄배달' 봉사를 하고 있다.(사진제공= 바른)
바른의 대표적인 순수 공익활동은 '사랑의 연탄 배달'이다. 연탄은행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김용균 변호사(전 서울행정법원장)의 제안으로 2010년 시작된 바른의 연탄배달은 올해로 4년째를 맞고 있다.
 
연탄은행은 '사회복지법인 밥상공동체복지재단'에서 2002년부터 벌여온 봉사활동이다.
 
홀로사시는 어르신이나 결손가정 등에게 겨울철 연탄을 무료 지원하는 사업으로 서울에서 울릉도까지 전국 33개 지역본부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2011년에는 키르기스스탄에도 설립됐다. 김 변호사는 2010년부터 연탄은행 홍보대사로 일하고 있다.
 
당시 김 변호사는 "갈등과 양극화, 각종 생계형 범죄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진 자가 앞장서서 나눔을 실천해야 정서적으로 함양될 수 있다"며 연탄배달을 통한 공익활동을 바른에 적극 제안했다.
 
김 변호사의 이런 제안은 실제로 형사정책적으로도 근거를 가지고 있다. 대검찰청이 지난 16일 개최한 <'묻지마 범죄' 대책 마련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 세미나> 에서 경희대 전중환 교수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묻지마 범죄'에 대한 대책으로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빈곤층에 대한 경제적·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매년 연탄 2만장씩 사회 취약층 가구에 기증
 
바른은 2010년 첫해 임직원 80%가 동참해 연탄은행에 연탄 2만장을 후원하고 이른바 '달동네'라고 불리우는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일대 가구에 2000장이 넘는 연탄을 직접 배달했다.
 
'사랑의 연탄배달' 릴레이는 그 다음해에도 이어졌다. 바른은 2011년 임직원 85%의 참여로 연탄 2만장을 후원하고 3000장이 넘는 연탄을 중계본동에 배달했으며, 2012년에는 임직원 전원이 참여해 연탄 2만장을 후원하고 서울 개포동 구룡마을에 5000장이 넘는 연탄을 집집마다 배달했다. 올해도 연탄은행에 2만장을 기증했다.
 
바른은 공익활동 예산을 따로 배정해 집행하는 몇 안 되는 로펌 중 한 곳이다. 매년 1억원 정도를 공익활동 예산으로 배정하고 있으며, 이와는 별도로 각종 기부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어 년간 총 7억원 수준의 비용을 공익활동에 투입하고 있다.
 
바른은 또 오래 전부터 법률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을 적극 찾아 나서고 있다. 바른은 홈페이지를 통해 프로보노 서비스가 필요한 개인이나 단체가 법률서비스를 제공받고자 하는 사건의 상세한 내용과 그 사건이 공익이나 사회정의의 확립 등과 관련이 있는 사유를 기재해 메일로 보내면 회의를 통해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법무법인 바른 직원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화훼동 '사랑의 연탄배달' 봉사가 끝난뒤 빼곡히 쌓인 연탄을 바라보고 있다. 바른은 2010년부터 매년 2만장씩 불우이웃들을 위해 기증하고 있다.(사진제공=바른)
 
바른이 최근 사회정의 확립 등 프로보노 서비스 차원에서 수행한 대표적인 사건으로 '윤태중 검사 사건'이 있다.
 
◇'윤태중 검사 면직사건' 대리..대법원서 승소판결
 
윤 검사는 검사로 임용되기 7년 전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에 가입해 소액의 당비를 납부한 적이 있었는데, 검사 임용 뒤 이 사실이 문제가 돼 면직처분을 받았다. 윤 검사는 면직처분에 불복하고 면직처분 취소소송을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수임할 로펌을 찾기란 여간 힘들지 않았다고 한다. 사건을 수임하는 순간 정부와 각을 세우는 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가가 당하는 소송이나 정부의 법안 제·개정을 위한 검토 프로젝트 등 소위 '일 거리'를 맡는데 장애가 될 수 있었다.
 
이때 윤 검사를 대리한 곳이 바른이다. 김용균 변호사와 성재호, 장훈 변호사가 팀을 이뤄 윤 검사를 대리한 끝에 지난 4월11일 대법원으로부터 윤 검사에 대한 면직처분을 취소한다는 확정판결을 받아냈다. 윤 검사는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이후 검찰을 떠나 현재 변호사로 개업했다.
 
2010년에 발생한 '강의석 학내 종교의 자유 침해 사건'도 바른이 대리를 한 공익소송 중 하나다. 강제적으로 종교교육을 실시한 학교에 반발했다가 퇴학당한 강씨가 낸 소송에서 상고심까지 가는 치열한 법리공방 끝에 바른은 "종립학교의 강제적인 종교교육 행사 참여 및 종교과목 수강, 퇴학처분이 위법하여 불법행위가 성립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 냈다.
 
◇김재호 대표변호사
◇공익활동시간 업무시간으로 인정..내년 상설기구 설립
 
바른은 변호사들이 마음 놓고 공익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 마련에 고심 중이다.
 
이미 변호사들의 모든 공익활동시간을 업무시간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각종 시민단체나 지역단체의 활동에도 적극 참여할 것을 권장하고 있지만 공익활동을 위한 상설기구 설립을 검토 중이다.
 
김재호 대표는 법률가로서의 사회적 공헌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임을 강조하면서 "현재 공익활동을 위한 상설기구 설립을 검토 중이며 내년 쯤 조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사랑의 연탄배달' 봉사활동을 더욱 활성화하는 한편 상설기구 조직과 함께 공익활동의 규모를 더욱 다양하고 폭 넓게 확대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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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