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 최고이자율 인하, 벼랑끝 서민에 '독'될 가능성 커

제도금융권 밖으로 내몰려..불법 사채시장 매달릴 것
"당국이 서민보호 안전판 먼저 마련해야"

입력 : 2013-12-24 오후 5:40:44
[뉴스토마토 김하늬기자] 경기침체와 늘어나는 가계 빚에 시달리는 영세 서민들이 제도금융권 밖으로 내몰려 불법 사채시장에 손을 뻗을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 차원의 취약계층을 위한 제도권 내 서민금융 지원대책과 안전판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부업 법상 상한 이자율을 인하했기 때문이다.
 
2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23일 여야는 국회 정무회의를 열고 대부업체 최고금리를 39%에서 34.9%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3개월 유예기간을 두고 내년 4월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부업 최고금리 인하는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와 달리 저신용자들이 사채시장으로 몰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형 대부업체들이 대출금리를 내리고 있지만 대부업 평균금리가 36%를 넘고, 수익성 악화 우려 등 영업 메리트가 없다고 판단하면 중소형 대부업체들이 음성 사채 영업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2007년 등록된 대부업체 수는 1만8500개였지만 2011년 말 1만3000여개로 줄어들었다.
 
2010년 7월 최고 이자율이 44%, 2011년 6월 39%로 떨어지면서 등록 대부업체 이탈이 가속화된 것.
 
대부협회 관계자는 "대부업권 이자수익이 최대 3800억원 감소할 것으로 보여 대형업체는 수익이 크게 저하되고, 소형업체는 역마진으로 폐업과 음성화가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중 대부업체 관계자도 "대부업체의 대출심사가 까다로워져 결국 저신용 서민들은 음성적인 사채시장에 손을 뻗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결국 서민을 더 힘들게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금융전문가들은 소외계층의 금융접근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서민금융 대출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저금리보다 '돈을 빌릴 수 있느냐' 가 중요한 포인트"라며 "대부업 이자 제한이 낮아지면 소외계층의 대출 가능성 문턱이 낮아지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리상한선을 너무 낮추면 오히려 자금공급이 축소되고, 금융소외계층의 자금경색이 심화돼 불법고금리의 부작용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박덕배 한국경제연구원은 "이자율이 갑자기 낮아지면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려주고 싶어도 빌려줄 수 없다"며 "결국 서민들은 돈을 빌려쓸 수 있느냐가 중요한데 이점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또 "영세대부업체가 시장에서 퇴출되면 자금줄을 공급하던 기존 대부업체가 사채불법 전환 우려가 커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회생활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당국에서 서민금융을 위한 안전장치 발판을 마련하지도 않고 이자율을 낮췄다는 비판도 크다.
 
정부가 제도권 서민금융기관의 기능과 역할을 확대해 금융소외계층을 흡수하도록 해야하는데 서민을 제도권 밖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정부는 최고금리 서민보호라는 명목으로 대부업의 최고금리를 인하했지만 불법과 합법을 구분해 피해를 방지하는 게 진짜 서민보호"라며 "불법업체가 서민을 괴롭히지 않게 처벌과 제재를 강화하는 대책이 급선무인데 우선순위가 바뀌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관련대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제일 우려되는 부분이 불법사금융의 확산"이라며 "단속 강화를 논의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팀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한정적인 서민금융재원 때문에 획기적으로 서민금융 공급을 확대할 수 없지만 지속적으로 접근성을 확대하고 가속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진자료=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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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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