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지난 1월 30일은 프로야구단 NC 다이노스를 비롯한 야구계와 경남 창원시가 신축 야구장 입지를 놓고 갈등을 겪기 시작한지 만 1년이 되는 날이다.
그동안 양측의 관계는 악화 일로를 걸어왔다. 더 이상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이슈를 여러 차례 취재해온 기자가 볼때 창원시는 분명 '사면초가'의 상황에 빠져 있다.
일단 야구장 건설에 필요한 안전행정부 투·융자심사도, 국토해양부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도 야구계의 동의기 없으면 통과가 어렵다. 현재로서는 성사 가능성이 희박하다.
창원시가 교통난 해소를 위해 꺼냈던 카드인 제2안민터널 관련 예산확보는 중앙정부의 장벽을 넘지 못했다.
야구계는 '진해에 새 야구장을 지으면 모든 경기를 보이콧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열정적이기로 유명한 창원 야구팬들은 경남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박완수 창원시장의 낙선운동을 준비 중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울산시와 경북 포항시는 NC의 유치를 선언했다. 두 곳 외에도 전국 각지에서 NC의 연고지 이전 선언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기자는 창원시가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결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신축 야구장 입지를 '구 마산-구 창원' 지역으로 변경하는 대신, 진해구 옛 시가지 주민들에게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게 결단의 요지다. 야구계 입장도 들어주고 진해구 주민들도 만족시키며, 진해구의 시의원 자존심도 세워줄 출구전략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창원시가 신축 야구장을 마련하려는 진해구 육군대학 부지에는 당초 야구장 외에도 창원대·경상대 등의 대학교, 재료연구소 등의 이공 연구기관이 들어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지역에 야구장이 들어서면서 배정받을 부지가 좁아지고 소음발생의 우려가 생기자, 당초 진해 이전을 검토한 기관들이 이전을 제고하고 있다.
창원시는 난감한 상황이다. 자칫하면 진해에 '건넬 것'이 없어질 수도 있다.
경기도 수원에는 성균관대가 지난 2006년부터 삼성전자와 함께 창설한 '채용조건형 계약학과'인 반도체시스템공학과가 있다. 입학과 동시에 삼성에서 취업을 보장해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창원시와 NC의 모기업인 엔씨소프트가 협력해 육군대학 부지에 이와 유사한 대학 모델을 만들면 어떨까. 창원시가 육군대학 터에 단과대학 'NC게임대학(가칭)'을 창설할 수 있도록 엔씨소프트에서 협조를 하는 것이다.
설령 '취업 보장'은 무리일지라도, 재학생 인턴십 보장과 서류전형 면제 혹은 특별전형 등을 통한 입사지원의 메리트만 안겨도 비수도권에서는 좋은 조건이다.
게임대학을 설립, 운영할 수 있다면 지역의 지방대들을 유치할 요인이 충분할 것으로 본다. 'NC게임대학'만 만드는 형태가 아니라, 더욱 큰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 그렇다면 창원시가 원하는 야구장 대체의 효과는 충분하다.
NC와 엔씨소프트에게도 결코 나쁘지 않다. 지역의 대표적인 사회공헌사업으로 자리잡는다면 야구단의 지역정착에도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를 통해 '야구장 입지를 구 마산-구 창원 일대로 옮기자'고 창원시를 설득할 명분도 생긴다.
최근 기자가 만나봤던 창원시와 NC구단 관계자들은 장기간의 갈등 속에서 피로감이 역력한 모습이었다.
만일 NC가 연고지 이전을 결정할 경우, 창원지역 팬들을 잃는 것은 물론이고 그동안 창원에 투자했던 막대한 비용도 허공에 날리게 된다. 더불어 비록 원치 않았던 결과라고 할지라도, '연고 이전' 꼬리표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창원시로서도 '야구단을 내쫓은 지자체'란 불명예를 안게 된다. 국내의 비난을 벗어나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토픽감'이 될 수 있다. 경남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박완수 현 시장에게도 정치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NC와 창원시가 이제는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기자가 제안한 형태가 아니라도 괜찮다. 창단 초기부터 열정적으로 환호했던 팬들도, 유권자인 창원 시민들도, 양측의 화해를 반길 것이다.
이제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서로에게 아쉽고 앙금은 남았을 지라도, 함께 가려 한다면 더는 늦지 않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