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지난해 M.net '슈퍼스타K5'가 인기를 끌지 못하면서 오디션 프로그램의 힘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 때문에 SBS 'K팝스타3' 역시 성공여부를 가늠하지 못했다. 낙관적인 시선보다는 우려가 더 깊었다.
하지만 K팝스타3는 수준 높은 실력의 출연자들과 따뜻한 감동 스토리, 심사위원진의 진심이 담긴 심사 등을 통해 10% 이상의 시청률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우려의 시선을 걷어내고 얻어낸 성과다.
그러면서 K팝스타3는 오디션 프로그램으로서 한단계 발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출연자의 긴장감을 풀어주는 심사위원진의 모습과 생방송을 앞두고 실제 방청객을 둔 TOP8 진출 무대, 작위적이지 않고 각각 비슷한 분량으로 스토리를 만들어주는 점 등이 진화했다고 여겨지는 대목이다.
◇유희열-양현석-박진영 (사진제공=SBS)
◇'압박면접'은 그만..긴장감을 풀어주는 심사위원진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진은 권위자이자 권력자였다. 대다수의 심사위원들은 출연자의 긴장감을 풀어주기 보다는 지난번의 단점을 일깨우며, 다소 냉정한 말투로 출연자들을 대했다.
이 때문에 출연자의 긴장한 모습은 역력히 화면을 통해 비춰졌다. 이런 상황에서 편안하게 자신의 실력을 뽐내는 출연자야말로 진정 실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돼 왔다.
이번 K팝스타3에서는 그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압박면접' 식의 분위기에서 장난스러운 대화로 출연자의 긴장감을 풀어주는 형태로 바뀌었다. 이전의 어떤 오디션에서도 보기 힘든 광경이다. 지난해 K팝스타2도 딱딱한 분위기였다.
특히 새롭게 투입된 유희열은 출연자들에게 '아빠 미소'를 보이거나, 짓궂은 놀림, 특유의 위트와 유머로 출연자들의 긴장감을 풀어주고 있다.
캐스팅 오디션이 진행된 이후 유희열은 자신의 소속사에서 연습한 출연자들의 마음을 각별히 다독이고 있다. 그러자 기존 심사위원인 양현석과 박진영 역시 나름의 재치를 발휘해 출연자들의 긴장감을 풀어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 2일 방송에서 박진영은 가디건 의상을 즐겨입었던 버나드 박이 등장하자 "가디건을 벗겨서 정장을 입혔더니, 정장 안에 가디건을 입었다. 좋은 타협점인 것 같다"며 긴장감이 역력한 버나드 박에게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지난 시즌까지 '호랑이 선생님'으로 불렸던 박진영의 변화된 모습이다.
연출을 맡고 있는 박성훈 PD는 심사위원진의 이 같은 태도가 자연스럽게 변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PD는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딱딱한 분위기가 유지됐다. 이번 시즌부터는 출연자에게 '너가 잘하는 거 하나만 보여줘'라는 식의 분위기가 형성됐다. 긴장한 상태에서 무대에 서기 보다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최고의 실력을 보여주기를 원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작진의 의도도 그랬고, 심사위원진 역시 그러한 마음을 갖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출연자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K팝스타3' TOP8 무대 현장 (사진제공=SBS)
◇생방송 적응시간을 주다
K팝스타3에서 새롭게 추가된 코너는 'TOP8' 진출 무대다. 기존 TOP10이 생방송 무대에 올랐다면 이번에는 인원을 축소해 TOP8이 생방송 무대를 꾸민다.
또 하나 달라진 점은 녹화방송에 생방송 분위기를 전달하는 부분이다. 지난 2일 방송에는 100명의 방청 평가단이 등장해 현장에서 출연자들의 무대를 직접 봤다. 이들 평가단은 A조와 B조 총 네 명의 탈락 후보 중 각 조 한 명씩에게 투표를 해 TOP8에 올라가는 최후의 2인을 결정한다. 생방송 투표 방식을 도입한 부분이다.
기존 녹화에서는 다른 출연자들과 심사위원진, 스태프들만이 출연자들의 무대를 봐왔는데, 이번 TOP8 무대는 일반 시청자들이 볼 수 있도록 꾸미며, 현장분위기에 변화를 줬다. 이는 마치 생방송의 리허설 같은 느낌을 준다.
앞서 시즌1과 시즌2의 경우 출연자들의 실력이 녹화와 생방송에서의 차이가 크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현장분위기가 크게 달라져 출연자들의 긴장감이 더욱 높아지고,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었다.
이번 TOP8 무대는 출연자들에게 생방송의 리허설 같은 무대를 제공하며 생방송에 적응하는 시간을 준 것이다.
박 PD는 "생방송 무대는 기존 녹화와 전혀 다른 방송이다. 아예 다른 프로그램을 하는 듯한 느낌이다. 이 때문에 출연자들의 더욱 힘들어했다. TOP8 무대가 출연자들에게 생방송에 적응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K팝스타3' TOP8 A조(알맹,버나드박,권진아,샘 김,짜리몽땅) (사진제공=SBS)
◇'악마의 편집' 없이 스토리를 만들다
그동안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이른바 '악마의 편집'이 문제돼 왔다. 출연자들간의 갈등이나, 작위적인 스토리텔링은 소수의 출연자를 부각시키며 시청자들에게 자극을 줬다. 이 같은 스토리는 특정 출연자가 실력과 무관하게 인기를 얻는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반대로 K팝스타3는 철저하게 출연자들의 노래만 들려주려고 노력했다. 예선부터 TOP18까지 특별한 스토리 없이 출연자들의 연습과정만 보여줬다. 무대에 집중하기로 한 제작진의 의도가 드러난 연출이었다.
하지만 TOP10이 결정되면서 제작진은 출연자들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재밌는 점은 출연자 한 사람의 분량이 약 3분 정도로 비슷하게 배치됐다는 것이다.
특정 출연자를 부각시키기 보다는 한 사람 한 사람 공평하게 스토리를 만들어주려는 제작진의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실력과 무관하게 스토리가 뛰어난 무대를 선보인 출연자가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갈 수 있게 돕겠다는 의도다.
박 PD는 "출연자들의 스토리보다는 무대만 보고 평가받기를 바란다"는 의도에서 이 같은 구성을 택했다고 밝혔다.
박 PD는 "누구 한 명이 부각되는 것은 제작진이 바라는 일이 아니다. 생방송 무대에 갔을 때 시청자들이 무대만 보고 평가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며 "출연자에 따라 이야기거리가 차이가 있지만, 이를 배제하고 최대한 공평하게 출연자를 공개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이 기존 오디션의 문제점을 바꾼 K팝스타3의 최종 우승자는 누가 될까. 아마도 그 인물은 실력적으로 가장 합당한 평가를 받지 않을까 짐작된다. 생방송 무대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