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렬 前판사 '변호사 등록거부' 논란..'소송' 가능성도

서울변회 '불가'의견에 변협 '등록결정'하면 충돌 불가피

입력 : 2014-03-10 오후 3:52:50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나승철)는 변호사 등록을 신청한 이정렬 전 부장판사(44·사법연수원 23기)의 변호사 등록과 입회를 거부한 가운데 자칫 송사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변호사회는 지난 6일 이 전 부장판사에 대해 변호사 회원등록심사위원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입회를 거부하기로 하고 이 같은 의사를 첨부한 이 전 부장판사의 변호사 등록신청서를 대한변호사협회(회장 위철환)로 송부했다.
 
결정적인 거부 사유는 이 전 부장판사가 재직 중 법원조직법 65조를 위반한 데 따른 정직 6개월 처분이다.
 
이 전 부장판사는 2012년 1월경 영화 '부러진 화살'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면서 영화의 모델이 되었던 '교수지위확인사건' 담당 재판부의 사건 합의 내용을 법원 내부 인터넷망에 올렸고 이같은 사항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이 전 부장판사는 '교수지위확인사건' 당시 재판을 맡았던 재판부의 배석판사였다.
 
법원조직법 65조는 "심판의 합의는 공개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한 법관은 징계에 처하도록 되어있다.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는 정직 6월의 처분을 내렸고 이 전 부장판사는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서울변호사회는 또 이 전 부장판사가 창원지법 근무시 관사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로 다툰 이웃의 차량 타이어를 구멍 낸 혐의(손괴)로 기소돼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은 사실에 대해서도 등록 및 입회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
 
변호사법 8조 1항 4호에 따르면 "공무원 재직 중 직무에 관한 위법행위로 인해 형사소추 또는 징계처분(파면 및 해임은 제외)을 받거나 퇴직한 자로서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자"는 변협의 등록 거부대상이다. 이 전 부장판사는 정직 6개월을 받은 전력이 여기에 해당된다.
 
또 서울변호사회 입회 및 등록심사규정 6조 1항은 '징계사유에 해당하거나 기타 사유로 입회에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해 입회를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 전 부장판사의 벌금 100만원의 형사처벌 전력이 이에 해당한다..
 
서울변호사회는 이에 대해 소명할 것을 2회에 걸쳐 통보했으나 이 전 부장 판사는 건강상의 이유로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변호사회 등록심사위원회는 만장일치로 이 전 부장판사에 대해 변호사 자격등록 및 입회가 부당하다고 결정하고 이 같은 내용의 의견서를 첨부한 이 전 부장판사의 변호사등록 신청서를 대한변협으로 송부했다.
 
서울변호사회가 입회 및 등록거부결정 의사를 밝혔지만 변호사의 최종등록 기관은 대한변협이다. 다만 변호사가 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개업하고자 하는 각 지방변호사회의 등록심사를 경유해야만 한다.
 
문제는 대한변협이 이 전 부장판사의 변호사 등록을 결정할 경우이다. 대한변협 역시 변호사등록심사위원회를 열어 심사를 통과하면 등록결정을 한다. 지방회에서 입회 및 등록 거부의사를 밝히더라도 구속되지 않는다.
 
그러나 변호사 등록이 되었더라도 각 지방변호사회에서 입회를 거부할 경우에는 분쟁을 피할 수 없다.
 
이번 사안의 경우 변협에서 이 전 부장판사의 변호사 등록을 결정하더라도 서울변호사회는 종전의 거부사유를 내세워 입회를 거부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현행 변호사법상으로는 입회를 거부할 근거가 없지만 서울변호사회는 변호사 활동을 위해 자치적으로 운용되는 단체이기 때문에 자치규정을 통한 입회 거부가 가능하다는 것이 서울변호사회 측 설명이다.
 
이 경우 이 전 부장판사는 "변호사법상 근거 없이 입회를 거부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서울변호사회를 상대로 변호사회원지위 확인청구소송 등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서울변호사회가 입회 거부를 한 경우는 많지 않다. 때문에 입회와 등록을 가지고 변협과 엇갈린 결정을 한 예는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진통이 있었지만 같은 결론을 내린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이동흡 전 헌법재판관에 대한 입회 및 등록거부 건이다.
 
박근혜 정부 초기 헌법재판소 소장으로 지명된 그는 청문회 과정에서 판공비 유용 의혹 등을 받고 낙마한 뒤 변호사 등록 신청을 서울변호사회에 냈다. 그러나 서울변호사회는 등록심사 결과 입회 및 등록이 적절치 않다며 신청서를 반려했다.
 
이 전 재판관은 변호사 등록 신청서를 직접 변협에 제출했으나 '지방변호사회를 경유해야 한다'는 변호사법상 등록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변협 역시 반려했다.
 
이보다 앞서 2012년 서울변호사회 소속에서 경기지방변호사회로 소속을 옮겼다가 다시 서울변호사회로 재등록 하려던 강 모 변호사에 대한 입회 및 등록신청 거부 건이 있었다.
 
당시 강 변호사는 선거규정상 중립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서울변호사회에 의해 변협에 징계개시가 신청됐으나 변협은 불문종결 처리했고 서울변호사회는 이의신청을 냈다.
 
이 과정에서 강 변호사는 사무실을 서울에서 경기 고양시로 옮기면서 소속을 변경했다가 다시 서초동으로 사무실을 옮기면서 서울변호사회로 소속변경 등록을 신청했다.
 
그러나 서울변호사회 등록심사위원회는 강 변호사에 대한 징계 의결 절차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등록 접수를 거부했고 결국 강 변호사의 청구로 소송까지 간 끝에 서울변호사회가 이의신청을 철회하면서 마무리됐다.
 
서울변호사회 관계자는 "'가카새끼' 짬뽕 사건 등 활발한 SNS 활동과 함께 법원 내 진보인사로 알려졌던 이 전 부장 판사에 대한 입회 및 등록거부 결정이 자칫 정치적인 오해를 부를 수 있어 매우 우려된다"며 "그렇다고 정해진 법을 어길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변호사 등록에 관한 건과 관련해 변호사법상 정비가 필요하다"며 "특히 이번과 같이 회원 등록을 두고 변협과 지방변호사회가 의견이 다를 경우 어떤 기준이 타당한지 등 내부적으로 입법적인 연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변호사회 등록거부 등에 대한 입장과 소명을 하지 않은 이유를 묻기 위해 이 전 부장판사에게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 전 부장판사에 대한 대한변협의 등록심사는 다음달 초순 쯤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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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