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차명계좌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하며 노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59·사진)에게 징역형이 확정됐다.
2010년 8월 피해자인 노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변호사가 조 전 청장을 고소한지 3년8개월만이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13일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 전 청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8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에게 차명계좌는 없었으며 발언 당시 자신 발언이 허위의 사실이었음과 이에 대한 발언으로 노 전 대통령 등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편결문에서 "피고인이 주장한 10만 원권 수표가 입금된 계좌라거나 노 전 대통령의 사망 직전 무렵에 발견된 계좌라는 점은 피고인이 적시하려 했던 계좌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데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피고인 역시 수사기관에서부터 자신이 발언한 '거액의 차명계좌'는 10만 원권 수표로 10억 원 이상이 입금된 비자금계좌로서 실제로 존재한다고 주장해 왔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피고인은 그러나 차명계좌가 처음에는 10만 원권 수표로 10억 원 이상의 거액이 입금된 청와대 여자 행정관 명의의 계좌라고 했다가 차명계좌를 밝힐 수 있는 단서가 되는 계좌도 포함된다는 등 태도를 바꾸면서 공소사실의 특정이나 심판대상에 문제를 제기하며 상고한 것은 처음과 달라진 자신들의 주장 내용이 정당하다는 것을 드러내려는 의도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어 "피고인이 발언한 ‘차명계좌’는 단순 차명계좌가 아닌 노 전 대통령에게 큰 책임과 부담을 줄 수 있는 계좌로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계좌를 의미하는데 피고인이 지목한 청와대 여행정관 계좌 등은 이같은 차명계좌로 볼 증거가 없어 피고인의 발언은 허위"라고 판시했다.
또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이던 피고인은 자신이 들었다는 정보의 진위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지만 아무런 노력 없이 사실인 것처럼 언급했고 정보를 줬다는 사람이 피고인보다 더 정확한 정보를 알수 있는 지위가 아니었다"며 "피고인은 자신의 발언이 허위인 점에 관해 최소한 미필적 인식은 있었고, 같은 취지로 판결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조 전 청장은 2010년 3월 서울 내자동길 서울지방경찰청 2층 대강당에서 기동단 팀장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던 중 "노 대통령이 차명계좌가 발견되자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렸다"며 노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권양숙 여사가 민주당에 얘기해 특검을 못하게 했다. 해봐야 다 드러나게 되니까”라고 말해 권 여사에 대한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받아왔다.
조 전 청장은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으나, 수감된 지 8일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그러나 이어진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조 전 청장에게 징역 8월을 선고하고 보석중지를 명령해 재수감시켰다.
◇대법원 조형물 '정의의 여신상'(사진=뉴스토마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