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원칙의 무원칙

입력 : 2014-03-18 오전 7:00:00
사뭇 다르다. 정부가 그간의 강경 대응 방침을 접고 의사들 주장을 대폭 수용했다. 이번 파업을 불법 집단휴진으로 규정, 이례적으로 대검 공안부와 경찰 등 사정당국과 공안대책협의회까지 벌어가며 엄포를 놓던 것에 비하면 사실상 항복 선언이다. 
 
파업 철회 이전까지 일체 대화도 없다며, 의사면허 취소 등 행정처분과 함께 형사처벌까지 거론했던 정부다. 주무부처인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에 이어 정홍원 국무총리,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서 극한 대치를 이어갔지만 결국 의사들 앞에서는 무기력했다.
 
그렇게 의사들의 힘은 재확인됐다. 물론 지방선거가 눈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정부 또한 강경 자세만을 고집하기는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의료대란이 현실화될 경우 궁극적 책임에서 비켜날 수 없다는 정무적 판단도 고려됐음이 분명하다. 특히 의사들의 보수 성향과 여론에 미치는 사회적 지위 등을 감안하면 애초부터 적으로 돌리기에는 부담이 컸다. 이는 곧 대화 제의로 이어졌으며, 파국을 막을 수 있는 단초가 됐다.
 
정부의 양보를 꾸짖자는 게 아니다. 잣대의 공정치 못함에 문제의 본질이 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철도 민영화를 반대하며 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철도노조 집행부를 강제 구인키 위해 민주노총에 강제 진입했다. 1955년 민주노총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로, 민주노총이 한국노총과 더불어 한국 노동계의 양대 산맥임을 고려하면 노동계를 대하는 현 정부의 기조를 한눈에 알 수 있다.
 
대화는 없었다. 굴복 요구와 불응에 대한 진압만이 있었다. 힘의 논리가 철저히 지배했다. 종교계가 방패 역할을 자처했지만 정부의 강압 논리를 굽히지 못했다. 결과는 정부의 압승이었다. 정부는 이를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원칙의 승리’로 규정했다. 피는 그렇게 거리에 뿌려졌다.
 
무엇이 원칙인가. 마주한 상대의 힘에 따라, 정치 성향에 따라, 피아를 구분하고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분명 원칙은 아니다. 원칙이 무엇인지, 이를 통해 얻게 되는 신뢰는 무엇인지, 앞으로 남은 4년 내내 던지게 될 의문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산업1부장 김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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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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