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아르헨티나 드림'의 해피엔딩을 기대하며

입력 : 2014-02-11 오전 10:54:49
이탈리아에 살고 있는 마르코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엄마가 돈을 벌러 외국으로 떠났다. 마르코는 엄마를 만나기 위해 힘든 일을 하면서 돈을 모으다 엄마의 편지 소식이 끊기자 엄마를 찾아 떠나게 된다.
 
7080들에겐 눈물 없이 볼 수 없었던 추억의 애니메이션 '엄마 찾아 삼만리'를 기억하는가? 어릴 적 보았던 '엄마 찾아 삼만리'의 꼬마 주인공 마르코가 엄마를 찾아 간 곳은 아르헨티나였다. 놀랍게도 이 애니메이션은 19~20세기초 이탈리아 이민자들의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축구로도 유명한 아르헨티나, 마라도나에 이어 메시가 축구 영웅으로 명맥을 이어가며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팀이라는 칭호를 받고 있는 남미 축구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여기서 아르헨티나 축구선수 메시는 이탈리아, 이과인은 스페인, 에인세가 독일계이듯 아르헨티나는 한때 '아르헨티나 드림'을 꿈꾸며 이민자들이 대거 몰려왔던 곳이었다.
 
이러한 이민자들이 향수를 달래던 항구의 사창가와 술집에서 하층민의 오락거리로 태어나 세계적인 문화 상품이 되어버린 탱고 역시 아르헨티나를 대표한다. 영화 '여인의 향기', '해피투게더'가 떠오르는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국가인 아르헨티나는 20세기초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10개 나라 중 하나였다.
 
하지만, 오늘날 아르헨티나는 선진국에서 개도국으로 추락한 유일한 나라로, 금융 경련 속 위기국으로 전락했다.
 
아르헨티나 통화인 페소화 가치는 올들어 20%가 넘게 급락했고, 신용부도스와프(CDS)프리미엄은 정상국가들에 비해 50배 수준으로 급등했다. 아르헨티나 통계청이 발표하는 2013년 공식적인 물가 상승률은 10.6%이지만, 민간통계에서 발표한 물가 상승률은 27%에 이르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자국 통화 가치 하락→외환보유고 급감→물가 급등’의 악순환에 빠지며 페소화 가치 하락이 살인적인 물가 상승을 불러오고 있다. 민심도 흉흉해지며 실물경제는 더욱 피폐해지고 이런 악화된 아르헨티나 상황에 미국의 테이퍼링은 더욱 부채질을 하며 경제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사실 아르헨티나는 이미 이력이 있는 나라다. 2001년에도 디폴트(채무불이행)선언으로 국가부도 사태를 맞고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았다가 2005년 2월에 부채를 청산하고 외환위기에서 벗어난 바 있다. 이로 인해 2008년 리먼 사태, 2009∼2011년 PIGS 사태, 2013년 미국 양적완화 축소 등 악재가 발생할 때마다, 가장 위험한 나라 중 하나로 지적되어 왔다.
 
외신들은 아르헨티나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재연하지 않으려 발버둥치고 있지만 상황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평가하며 경제위기가 통제 불능의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아르헨티나 상황은 2000년대 초에 보였던 경제 붕괴 당시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최근 신흥국은 지난해 8월 이후 6개월 만에 또다시 우려의 중심에 서 있다. 다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인도, 인도네시아 등에서 아르헨티나, 터키로 주연급이 교체됐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그만큼 신흥국 불안은 올 한해 미국의 테이퍼링이 지속되는 한 테이퍼링과 맞물려 장기화되는 이슈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긍정적인 시나리오와 부정적인 시나리오를 생각해봐야 한다.
 
부정적인 시나리오는 아르헨티나 리스크가 신흥국의 외환위기로 전이되며 글로벌 경기둔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반면에 긍정적인 시나리오는 아르헨티나 위기가 해당 국가에 대한 리스크로 한정되며 신흥국 통화 변동성이 완화되고 선진국 경기 회복이 부각되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은 언제 시끄러웠냐는 듯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양새다. 지난달 급락세 이후 변동성이 점차 축소되며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의 외환위기 가능성은 점차 낮아지는 듯 보인다.
 
하지만, 아르헨티나가 경제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불편한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시장은 앞으로도 여전히 남겨진 리스크 속에 긍정적인 시나리오와 부정적인 시나리오를 놓고 저울질을 계속할 것이다.
 
2001년 디폴트 위기를 겪은 아르헨티나, 다시 한번 디폴트 위기에 직면해 있지만, 막장 경제 드라마가 아닌 '엄마 찾아 삼만리'에서 봤던 해피엔딩을 떠올릴 수 있는 훈훈한 아르헨티나 드림이 되길 기대한다.
 
김선영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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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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