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경찰 조사단계에 있는 피의자가 양손에 수갑을 찬 채 조사받는 모습을 언론사에 촬영하도록 허용한 경찰의 행위는 인격권 침해로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7일 보험사기로 경찰 조사를 받은 정 모씨가 "조사받는 모습을 기자들이 촬영하도록 허락한 경찰의 행위로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정씨의 혐의에 대해 보도자료를 작성해 기자들에게 배포한 경찰의 행위에 대한 청구 부분은 수사기관을 상대로 피의자공표 혐의로 고소하는 등의 권리구제 절차를 먼저 거쳤어야 했다며 각하 결정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원칙적으로 '범죄사실' 자체가 아닌 '피의자' 개인에 관한 부분은 일반 국민에게 널리 알려야 할 공공성을 지닌다고 할 수 없고, 예외적인 경우로 국민의 알권리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특정강력범죄나 성폭력범 피의자의 재범방지, 공개수배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로 극히 제한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피의자를 특정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수사관서 내에서 수사 장면의 촬영은 보도과정에서 사건의 사실감과 구체성을 추구하고, 범죄정보를 좀 더 실감나게 제공하려는 목적 외에는 어떠한 공익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의 언론사에 대한 촬영 허용은 신원공개가 허용되는 예외사유가 없는 청구인에 대한 이러한 수사 장면을 공개하고 촬영하게 한 것으로 이를 정당화할 만한 어떠한 공익 목적도 인정하기 어렵다"며 "목적의 정당성 자체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결국 청구인의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김창종, 강일원 재판관은 "촬영 허용행위 역시 피의사실공표죄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라면 청구인으로서는 경찰을 고소해 형사처벌을 받게 할 수 있는 것이고 수사기관이 불기소처분할 경우에는 항고를 거쳐 법원에 재정신청을 해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다"며 "이같은 권리구제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부적합하다"고 판시, 각하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보험 사기범으로 2012년 4월 구속돼 서울강동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정씨는 경찰이 기자들에게 자신의 혐의에 대한 보도자료를 만들어 배포하고 수갑을 찬 채로 조사받는 모습을 촬영하도록 허락하자 인격권 등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사진제공=헌법재판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