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CEO 연봉 공개를 바라보는 두가지 시선

"알권리 충족" vs. "여론재판 통한 연봉통제"

입력 : 2014-04-03 오후 3:25:53
[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지난달 31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공개된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의 고액 연봉을 두고 금융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실적과는 무관한 고액연봉으로 금융당국과 여론의 질타를 받았기 때문에 연봉인상을 자제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여론재판으로 사기업의 고유권한인 보수체계가 통제받게 된다는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임영록 KB금융지주회장이 주주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News1
 
지난해 4월 연봉 5억원 이상 개별 등기임원의 보수를 공개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법 개정 이전에는 해당 사업연도 ‘임원 모두에게 지급된 보수의 총액’을 사업보고서에 기재하는게 원칙이었다.
 
연봉공개를 찬성하는 쪽은 무분별한 연봉인상을 피하게 되면서 투자자나 해당 금융회사 고객에도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권과 정치권의 복수 관계자는 "산업계, 금융계 모두 연봉공개를 통해 자연스레 투명성이 높아지고 주주의 임원연봉 감시가 강화된다"며 "미국, 일본 등 금융선진국도 상장사 등기임원의 개별 보수를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은 2010년 2월 ‘기업 내용 등의 공개에 관한 내각부령’을 개정해 임원그룹의 보수를 항목별로 공시하고 1억엔 이상 보수를 받는 개별 임원의 보수와 세부 내역을 공개하도록 만들었다.
 
또다른 관계자는 면박주기용(用)으로 쓰이는게 아니냐는 금융권 내부의 비판에 대해 "연봉공개가 고액 연봉 논란을 불러 임원을 비난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다"며 "주로 알권리 차원에서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견해에 대해 반대하는 쪽에서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선진국에서 등기임원의 연봉을 공개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와 배경이 다르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임원 보수를 주주총회가 아닌 이사회에서 결정한다는 점이 첫째 이유다.
 
일례로 존 맥 모건스탠리 회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회사에 손실을 끼치고도 170만달러를 챙겼고 스탠리 오닐 전 메릴린치 회장도 2007년 10월 대규모 손실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1억6000만달러의 퇴직금을 받았다.
 
실적과 연동되지 않은 인센티브 체계로 미국사회 또한 분노가 들끓었지만 미국은 단순히 임원의 보수가 많아서가 아니라 회사가 망해 구제금융을 받는 기업 임원이 과도한 인센티브를 챙겼다는 점 때문이다.
 
서울지역 A대학 교수는 "이런 배경 때문에 미국 임원들이 스스로 결정한 보수에 대해 말하자는 분위기가 생겼다"며 "그래서 제정된 법이 'Say on say'(임원 보수에 대해 말하자)이며 월스트리트 개혁법과 연관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Say on say'는 단순한 권고일 뿐이고 구속력은 없다.
 
또 보수공개가 알권리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개별임원의 보수는 엄연한 경영 비밀 가운데 하나라는 견해도 많다.
 
서로 다른업무를 하는 임원보수를 하나의 잣대로 산정하는 건 불가능하단 얘기다. 일각에서는 경쟁이 치열한 금융회사간에 연봉공개로 개별회사, 임원, 임직원 사이의 서열화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법이 제정될 때 명분처럼 투명성과 책임경영이 연봉을 공개한다고 제대로 이뤄질지도 의문"이라며 "오히려 일반 대중의 질투만 부추기게 되고 국민정서법에 근거한 인민재판과 다를게 없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이어 "국내 금융사 CEO중 어느누구도 미국처럼 회사를 파탄지경에 몰아넣고 염치없게 고액연봉을 받고 떠난 사람은 없다"며 "법 개정 이전처럼 임원보수 총액과 개인들의 평균 연봉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금융권 신뢰 회복 간담회에 참석한 금융권 CEO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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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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