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고재인기자]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금융권에서 전성기를 누렸던 모피아(옛 재정경제부+마피아의 합성어)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그동안 금융권 수장으로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에서 내려가는 낙하산 인사 관행에 제동이 걸리고 있기 때문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보협회장 등 유관기관 수장마저 민간 출신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손보협회장 후보로 비중있게 논의되던 김교식 전 여성가족부 차관 대신 최근에는 보험업계 출신 인사가 선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금융당국 및 청와대에서 김교식 전 차관이 손보협회장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면서 여론이 악화되는 분위기가 되면서 이를 걱정해 업계 사정을 잘 아는 새로운 인물을 찾는 것이 낫겠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인사 전까지 최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기를 원하는 것 같다”며 “이미 청와대에서도 김교식 전 차관을 낙점했지만 최근 하마평이 나오면서 재검토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수출입은행장에는 재정경제부 출신 허경욱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가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학계 및 은행권 출신 인사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낙하산 인사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금융권 수장 인사 하마평이 언론에 나오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최근 금융권 수장에 모피아 출신이 배제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은행권도 기존 모피아 출신 대신 내부 인사로 채우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달 28일 옛 재무부 출신 윤용로 외환은행장 자리에 김한조 외환캐피탈 사장을 선임했다.
일반적으로 은행장의 임기는 2년에 추가적으로 1년을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특별한 문제가 없는 이상 3년 임기를 보장해주지만 윤용로 행장의 경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 행장은 무너진 외환은행 영업조직을 세우고 나름 노조와의 문제도 잘 풀어가고 있던 상황에서 물러나게 됐던 것.
모피아 출신 인사를 배제하고 외환은행 내부인사 선임을 통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하나금융그룹의 의지가 반영된 인사로 풀이되고 있다.
더욱이 모피아들이 안정적으로 차지할 수 있었던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공기업 수장 인사에서도 모피아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현재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공기업은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정책금융공사, 주택금융공사,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코스콤 등 9곳이다.
이들 9곳 가운데 모피아 출신이 수장으로 있는 곳은 자산관리공사(캠코), 예탁결제원, 예금보험공사, 정책금융공사 등 4개로 줄어들었다.
자산관리공사에 홍영만 전 금융위 상임위원, 예탁결제원에 유재훈 전 금융위 증선위원, 예금보험공사에 김주현 전 금융위 사무처장, 정책금융공사에 진웅섭 전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만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정책금융공사는 산은금융그룹과 통합 이슈가 맞물려 있어 금융위에서 겨우겨우 보낼 수 있었던 자리였다. 그나마 내년 이후 없어질 수 있는 자리로 분류된다.
나머지 신용보증기금은 서근우 금융연구원 기획협력실장이, 기술보증기금은 김한철 산업은행 수석부행장 등이 민간출신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또 코스콤과 주택금융공사 사장 자리는 현재 공석이지만 지금같은 분위기에서는 모피아 출신 낙하산이 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금융위 산하 금융공기업 자리는 대부분 금융위에서 퇴직하고 가는 자리로 여겼지만 최근에는 청와대 눈치보느라 학계나 업계 등 민간 출신을 선임하는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과거 전성기를 누렸던 금융권의 모피아들이 차츰 설자리를 잃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