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면담·업무경감 해줬는데도 장교 자살..국가책임 없어

입력 : 2014-04-0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군 부적응으로 자살시도 경험이 있는 전입 장교에 대해 지휘관이 집중 면담과 함께 업무를 경감해주고 외부진료까지 받게 해줬다면 전입 장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더라도 국가는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수의장교로 근무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모씨의 어머니 송모씨(60)가 "자살 가능성이 있음을 알면서도 지휘 및 관리책임을 소홀히 해 아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취지로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망인의 소속된 부대의 지휘관과 간부들은 망인이 자살을 시도한 흔적이 있음을 알게 된 이후 집중면담과 함께 업무부담을 경감했으며 군의관인 정신과의사를 통해 진료를 시도한 이상 상급자로서 망인을 배려하고 보호해야 할 의무를 게을리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망인이 외부 진료를 받지 않은 것도 군의관인 정신과의사가 외부진료를 권했으나 망인이 도움을 거부한 것이고 망인은 장교로서 통제를 받는 상황이 아니었고 가족과의 접촉이나 외부 의료기관 방문이 자유로웠던 점 등에 비춰보면 망인을 외부 의로기관에 보내 진료를 받도록 조치하지 않고 자살시도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지 않았더라도 망인에 대한 관리책임을 소홀히 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휘관이 외부진료 조치를 하지 않고 자살시도 사실을 원고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지휘관과 간부 등이 망인에 대한 보호와 배려의무를 게을리 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2011년 중위로 임관한 박씨는 육군 모 사단 수의장교로 부임한 뒤 얼마 되지 않아 목을 매 자살을 시도했다. 부대 교육장교로부터 박씨의 목에 목을 맨 상처가 있다는 보고를 받은 지휘관은 집중 면담을 실시한 뒤 박씨가 군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지휘관은 가족에게 박씨의 자살시도 사실을 알리지 않는 대신 업무부담을 덜어주고 동료장교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도록 지시했고 동료장교로 정신과 의사인 군의관 역시 박씨에게 면담을 청하거나 외부진료를 권했으나 박씨는 괜찮다며 이를 거부했다.
 
박씨는 그러나 2011년 6월 정기휴가를 나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 뒤 부대로 복귀한 다음날인 오전 6시쯤 돌연 숙소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이에 어머니 송씨가 자살시도 사실을 알리지 않는 등 관리책임을 소홀히 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 2심 재판부는 지휘관이 박씨를 상당부분 배려한 것은 인정되지만 외부진료 조치를 하지 않은 점, 자살시도를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은 점 등에 비춰 관리책임을 소홀히 한 것이 인정된다며 송씨에게 1억6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국가가 상고했다.
 
◇대법원 전경(사진제공=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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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