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조희연 "박원순 '교육도시 서울플랜', 내가 최적 파트너"

서울교육감 핵심공약 '혁신교육 시즌2' 내세워
"야권 시장과 진보적 교육감은 사실상 런닝메이트"

입력 : 2014-04-16 오전 11:12:20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오는 6.4 지방선거에서 서울교육감에 출마한 조희연 예비후보는 15일 "개인적 인연이 협력에 남다른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말로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조 예비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정동에 위치한 선거 캠프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갖고 박 시장과 자신의 관계를 "참여연대를 만든 두 주역 내지는 세 주역"이라고 표현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시종 박 시장을 "박변"이라고 칭했다. 박 시장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사실 박원순 변호사하고…, 저는 변호사가 익숙하다"고 말했다.
 
조 예비후보는 "저는 박변이 한마디를 해도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를 알고 있다"면서 "야권의 서울시장과 진보적 교육감은 런닝메이트와 다름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얼마 전 발표된 '교육도시 서울 플랜'과 같은 서울시의 교육정책이야말로 제가 교육감이 돼야 힘을 받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아울러 문용린 현 교육감이 김상곤·곽노현표 혁신교육을 무력화하고 있다며 '혁신교육 시즌2'를 공약의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면서도 직업교육이나 자유학기제 같은 문 교육감의 공은 계승하겠다고 했다.
 
조 예비후보는 혁신교육 시즌2에 대해 "곽노현·김상곤이 추진한 혁신교육 시즌1을 계승하는 부분이 있고, 넘어서는 것도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며 "시즌1에서 의제화를 하지 못했던 것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그는 "혁신교육 시즌2는 시즌1의 주요 정책을 확대하고 새로운 의제, 유아교육의 전면 공교육과 완전 슬럼화가 되고 있는 일반고의 새로운 전성시대를 맞기 위한 르네상스정책 등이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만으로 6세부터 초등학교니까 만 5세의 통상 유치원 과정을 아예 공교육 체계로 설정하면 13년 의무교육 체제가 된다. 일종의 선진국형 공교육 체계를 재정비한다는 각도에서 할 것"이라고 유아교육의 전면 공교육화에 대해 설명했다. 
 
더불어 "강남과 강북의 교육 균형 문제를 전면 제기하려고 한다"는 구상을 밝힌 조 예비후보는 "태어난 집은 달라도 배우는 교육은 같아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희연 서울교육감 예비후보가 15일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박수현 기자)
 
다음은 조 예비후보와의 인터뷰 전문.
 
-지방선거에서 교육감에 대한 관심은 광역 및 기초의 그것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형편이다. 우선 서울시민들에게 출마를 결심하게 된 이유와, 조희연이 서울교육감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전한다면.
 
▲저는 제가 출사표를 던지기 전에 출판기념회를 했다. 책 제목이 '병든 사회 아픈 교육'이다. 출마의 직접 계기는 곽노현·김상곤 전 교육감 등이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의장 출신이다. 현장에서 교사를 하던지 진보적 교수를 하던 사람들이 (의장을) 하는데 제가 전직 최근 의장이라 초대를 받았고, 교육현장의 아픔과 문제점들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이고 병든 문제라는 생각을 하고 제가 2년 반 동안 아픈 교육현장을 너무 많이 봤다. 신음을 넘어 절망의 소리를 들었다.
 
비평가에서 실천적 개혁가가 되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제 책의 부제가 '대중요법에서 구조개혁으로'이다. '선행학습금지법'이라든지 몇 가지 보완적 정책이 있지만 구조적 전환이 있어야 되겠다. 그리고 그걸 선도하려면 저희 같은 진보적 가치를 갖는 사람이 외람되지만 (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을 했다.
 
-진보의 서울교육감 단일후보로 선출됐다. 보수에서는 문용린 현 교육감과 김영수 교육의원이 경선을 벌이는 가운데 고승덕 변호사와 이상면 전 서울대 교수가 단독 출마할 모양새다. 판세를 어떻게 보고 계신가.
 
▲사실 굉장히 어려운 싸움이다. (문 교육감이) 현직 교육감이고 보궐선거로 당선됐지 않나. 당연히 서울시민이 관용 적일 가능성이 높다. 저로서 다행스러운 것이고 서울시에는 불행한 것인데 문 교육감이 자신의 문제점을 많이 노출했다. 사설입시학원으로부터의 후원 문제나, 자신의 책을 강매한다던가. 정말 공교육 수장으로서 적합한가 논란이 있었다.
 
그런 실망감이 많기 때문에 야권 시민들은 야권 단일후보를 지지하게 되어 있다. 그래도 어렵지만 상당히 승산이 있는 싸움이다. 고승덕 변호사의 경우는 여권에서도 그다지 호의적 평가가 없는, 정치적 교육감이 아니냐는 얘기가 있다. 또 과연 증권전문가가 교육의 수장이 될 수 있느냐는 이야기도 들었다.
 
아무래도 여권에서 후보가 난립한다면 저에겐 다행이겠다. 막판에 (여권이) 단일화가 된다고 하더라고 지난 대선 결과와 같은 52대 48이 된다고 한다면, 지난 서울교육감 재보선에서는 20%p 넘게 졌다. 문재인 후보 지지자가 이수호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가 야권과 두루 친하니 최소한 52대 48에 준하는 경쟁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용린 교육감 체제에서 단절되었다고 볼 수 있는 혁신교육의 시즌2를 공약의 전면에 내세웠는데 구체적 내용을 설명한다면.
 
▲최근 박근혜 정부에서 부각시키는 초등돌봄제와 같은 것들은 시간제다. 비정규직도 아니고 '고통전담사'라는 표현도 하더라. 곽노현·김상곤이 추진한 혁신교육 시즌1을 계승하는 부분이 있고, 넘어서는 것도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시즌1에서 의제화를 하지 못했던 것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문용린 교육감은 시즌1의 중요한 성과도 무력화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혁신학교, 학생인권조례, 친환경무상급식 등은 꼭 진보교육감이 했기 때문에 폐기할 것은 아니지 않나. 저 같은 경우는 '과7·공3'으로 문 교육감의 긍정적인 측면은 계승하겠다. 인성교육, 직업교육, 자유학기제는 당연히 계승해야 하고, 긍정적 요소는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문 교육감은 혁신학교 같은 경우 거의 폐지 수준으로, 최소한의 신설허가도 안 해주고 최근에는 아주 퇴행해서 자기가 재선하면 아예 없애겠다는 그런 정책을 했다. 그래서 혁신교육 시즌2는 시즌1의 주요 정책을 확대하고 새로운 의제, 유아교육의 전면 공교육과 완전 슬럼화가 되고 있는 일반고의 새로운 전성시대를 맞기 위한 르네상스정책 등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교육과 마을을 결합한 공동체 공약도 눈길이 간다. 어떤 구상인가.
 
▲현대사회에서는 흥미로운 변화인데 서울시가 토건경제로부터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불과 4~5년 전만해도 뉴타운 같은 것에 현혹돼서 투표하던 때가 있었잖나. 박원순의 등장은 토건의 종료다. 토건으로부터 대안적인 방향으로 가다 보니 여러 복지에 주목하고 그중에서도 교육복지에 손을 댄다. 토건경제가 아닌 복지, 교육 복지로 많은 사업을 하고 있고 최근에는 서울시의 교육도시선언이 있었다. 그러자 문용린 교육감은 왜 서울시가 이런 것을 하느냐고 한다. 그런데 저는 그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본다. 서울시 지자체의 협력적 분업, 분업적 협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을 결합형 교육공동체 모델이 있을 수 있다. 마을에서 동떨어진 게 아니라 같이 있는 것이다. 방과후학교도 협동조합, 재능기부식으로 참여할 수 있는 거고. 제가 주목하는 건 학교 외부의 역동성, 혁신학교 같은 경우 이것과 만날 수 있는 프로젝트다.
 
제가 지난 주말 노원구에 있는 상원초등학교의 아버지 모임에 갔다 왔다. 마을에 아버지들이 한 달에 한 번 자녀와 같이 하는 행사를 하는 것이더라. 여기도 혁신학교인데 아버지들이 모임에서 돌아가면 친구가 되는 거다. 협력관계가 새로 생겨나는 것이다. 이걸 보면서 이런 게 마을과 학교가 교육을 매개로 해서 만나고 시너지를 발휘하는 게 아닌가 생각을 해봤었다.
 
-이 밖에도 유권자들에게 더 알리고 싶은 공약이 있다면.
 
▲유아교육의 전면 공교육화다. 영아가 1~2세라면. 유아는 3~5세다. 초등·중·고등학교의 의무교육 체계를 전면 재구조화하는 식으로 접근해보면 어떤가. 아시다시피 초·중학교는 의무교육 체계에서 이뤄지고 있다. 고등학교는 박근혜 대통령이 일반고의 수업료를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공약했으나 이뤄지지 않고 있고, 실업계는 면제 같은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조금만 더 교육재정을 투입하면 고등학교 급식비가 해결되고 전면 공교육을 할 수 있다. 유아 쪽은 이미 상당한 지원이 있다. 보육도 지원하고 있다.
 
보수정권이든 아니든 간에 우리가 복지사회로 가는 상당한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1단계로 만으로 6세부터 초등학교니까 만 5세의 통상 유치원 과정을 아예 공교육 체계로 설정하면 13년 의무교육 체제가 된다. 일종의 선진국형 공교육 체계를 재정비한다는 각도에서 할 것이다.
 
또 하나는 강남과 강북의 교육 균형 문제를 전면 제기하려고 한다. 저희가 내건 슬로건 중 하나가 '태어난 집은 달라도 배우는 교육은 같아야 한다'이다. 교육 불평등이 강남과 강북 간 격차가 확산되고 있다. 제가 사는 구로구 서남부도 일종의 교육 소외지역이다. 저는 사실 굳이 교육청이 아니더라도 국가가 해야 할 것이 무엇이냐고 할 때 공공정책을 통한 균형 맞추기가 중요한 것 같다. 이것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개발하겠다.
 
-조 예비후보는 재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참여연대를 만든 주역인데 인연이 남다를 것 같다. 런닝메이트나 마찬가진데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협력방안이 있는가. 어떤 형태가 가능할까.
 
▲사실 박원순 변호사하고.. 저는 변호사가 익숙하다. 1995년 같이 참여연대를 창립했는데 창립의 두 주역 내지는 세 주역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저는 박변이 한마디를 해도 무엇을 말을 할 것인지 알고 있다. 개인적 인연이 협력에 남다른 도움이 될 것 같다. 야권의 서울시장과 진보적 교육감은 런닝메이트와 다름이 없다.
 
저는 얼마 전 서울시의 교육도시 선언이야말로, 서울시의 서울 전체를 교육도시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야말로 제가 교육감이 돼야 힘을 받을 수 있고 협력관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벌써 문용린 교육감은 전근대적 시각으로 서울시가 왜 그런 것을 하냐고 하고 있다. 지난 재보선 때는 문재인 후보와 이수호 후보와의 협력관계가 원할하지는 못했다. 여러 방식이 있을 것이다. 수도권에 출마한 야권의 후보들, 교육감·도지사·시장 간의 협력 및 공동공약도 있고 진보교육감의 공통공약도 생각하고 있다.
 
함께 선거를 치른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시너지를 내려고 여러 생각을 하고 있다. 구체적 방안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 같은데 '원순씨와 희연씨' 같은 만화 홍보물을 만들면 어떻냐는 얘기도 있었다.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새정치민주연합 경기지사 경선을 벌이고 있고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은 경기교육감에 출마했다. 혹시 경기도 라인업이 완성되면 수도권 차원에서 함께 바람몰이에 나서거나 할 수도 있을까.
 
▲그렇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이재정 총장님과 저하고의 공통점은 성공회대라는 대단히 작은 대학을 대안대학의 한 전형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성공회대에서 나름 성공했던 대안정신을 초·중등에서 새롭게 구현해보자는 이야기를 이재정 후보님과 나눴다. 그리고 인천의 이청연 후보는 전에 박빙으로 떨어졌던 분이다. 세 사람은 혁신교육의 공통후보라는 견지에서 공통공약, 캠페인, 공통펀드 등을 같이 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박원순 시장이 유력 정치인이 되면서 박 시장과의 인연이나 야권과의 공조가 보수로부터 정치적이라는 공격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연장선상에서 교사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의견도 듣고 싶다.
 
▲박 시장과 저의 관계는 정치권에서 만나서 맺은 관계는 아니지 않나. 시민사회 운동에서 만난 관계다. 박 시장은 시민사회의 청렴정신, 연대, 협력의 정신을 갖고 시장을 하시는 거고 저는 시민사회에서 배운 그런 정신으로 교육감을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정치교육감과는 거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문용린 교육감은 전국의 교육감 중에서 청렴도가 꼴지다. 박 시장은 광역단체장 중에서 1위다. 결국 수장이 어떠냐에 따라서, 윗물이 어떠냐에 따라서 아래 물이 결정된다. 시민사회 출신의 청렴한 교육감이 출마한 것이 아이들과 시민들에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교사의 정치적 중립은 이 언어를 가지고 보수언론에 의해서 잘못 악용된 측면이 있다. 예를 들면 현직 교사는 저를 도와줄 수 없다. 그런데 저는 교육에 가장 가까이 있는 교사와 학생이 교육감 선거에 참여하고 지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교사의 노동권 측면이 있다. 대선에서 신문이 정치적 지지를 표현하는 것이 좋은가, 아닌가. 우리는 안 되지만 미국은 하고 있다. 저희는 이제 솔직한 사회로 가는 것이 좋다고 본다. <조선일보>나 <동아일보>가 지지하는 후보가 없는 게 아니잖나. 오히려 솔직하지 않은 방식으로 하는 게 문제다. 솔직한 것을 권장하고 위에서 조정하는 것이 맞다.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가 성공회대에서 강의를 할 때 진보적 교수로서의 제 입장이 있다. 그런데 성공회대 분위기가 진보적인 의견이 아니면 숨는 경향이 있다. 저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 찬반 토론을 시킨다. 제가 입장이 있지만 제 입장을 강요하는 것은 전혀 안 된다고 본다. 그런데 교수의 정치적 견해를 암송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대학문을 나서는 순간 유지가 안 되기 때문이다. 반대의 논리를 고려한 위에서 정립한 자기의 의견만이 정립되는 것이다.
 
초·중등교육과정에서는 아무래도 교사의 영향을 더 직접적이고 일방적으로 받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한다. 교사가 진보적, 보수적 교육감을 지지하는 것하고 아이들 앞에서 가르치는 것은 다른 것이다. 저는 보수언론이 와서 참관을 해도 제 수업에 떳떳하다.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의 학생인권조례로 촉발된 학생의 인권과 교권과의 상충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학생의 인권과 교권은 결코 대립을 시켜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대립하면 안 된다. 학생인권조례는 일부 언론이나 세력에 의해 교권을 무너뜨리는 것처럼 왜곡되고 과장된 측면이 있다. 저는 이렇게 본다. 학생의 인권은 안중에도 없던 시대에서, 전혀 고려하지 않던 인권무지의 시대에서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고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최소한 고려해야 하는 시대로 온 것을 거부할 필요는 없다.
 
단지 학생인권을 준중한다고 해서 교실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학생인권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의 방종을 관용할 수 없는 점이 있을지도 모른다. 곽노현 때 교사의 많은 반발과 어려움들이 있었다. 준비과정에서 이것이 가져올 학교현장과 교실에서의 이른바 교권, 교사의 지도의 어려움을 고려해서 함께 대책을 마련해서 갔었어야 한다. 그점은 저는 혁신학교 시즌2에서 당연히 보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문용린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를 무력화하려고 하잖나. 문화적, 도덕적으로 담담하게 받아들이자. 일정 정도의 제재권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본다. 다만 그 형태가 반인권적이면 안 된다. 선진국을 벤치마킹하면 좋을 것이다.
 
-이혼이 늘어나면서 학생들의 양극화가 성적과 가정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교육의 역할이 막중한 상황인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교육불평등과 학교붕괴의 한 양상인 것 같다. 이스라엘 속담에 한 아이를 가르치는 일에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가정의 몫이 있고 사회의 몫이 있는 것이다. 전반적인 사회 변화에 따라서 이혼이라든가 가정붕괴 등 여러 가지 때문에 가족이 담당하지 못하는 것이 많다. 경향적으로도 보면 사회의 몫이 커진다. 복지 등을 통해 사회의 몫을 확장해야 한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빈곤의 문제와도 관련되어 있고. 가족붕괴하고도 연계가 되어 있는 건데 저는 당연히 다양한 형태의 케어 시스템, 돌봄·보완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하고 특히 저소득층의 가정붕괴와 연관된 것은 사회가 일정 정도 보완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 내에 대안적 기능을 만들고, 대기업들이 일류고등학교를 만들려고 하지 말고 상담사와 복지사, 정신과 의사 등이 있는 이른바 문제학생을 학업도 최고급으로 보완해주고 치유해줘서 궁극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사실 이것의 원인을 따져가다 보면 과잉경쟁이라고 할까. 치열한 경쟁들. 모두가 위너가 되고 싶고 승자가 되고 싶은, 루저를 거들떠도 안 보는, 학생과 학생, 학생과 사회의 관계를 적대적으로 만들어 내면성을 파괴하게 한다.
 
이런 양상들이 나오기 때문에 과잉경쟁 부분을 같이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홈리스의 자녀, 가장 어려운 도시빈민의 자녀도 재능이 있다면 재능이 좌절하지 않고 사회의 유능한 역량으로 성장되는데 전면적 지원과 전혀 차별이 이뤄지지 않는 공적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지금은 그걸 가정이 하지 않나. 공공시스템이 보완해줘야 한다고 본다.
 
-경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 현재의 입시 풍토에선 사교육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 서울교육감이 되면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할 생각인지.
 
▲사교육비는 사실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사교육비 문제는 원인치료가 있고, 사교육에 대한 수요를 축소시키는 것이 있고, 사교육 공급을 염가로 해서 푸는 방안이 있다. 가능한 공공적이고 싼, 혹은 무료의 대체 프로그램이 나오면 좋지 않겠나. 세번째의 경우, 공공적 공급은 EBS 방송을 생각하면 된다. 수요를 축소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엔 특목고나 자사고 문제가 깔려 있다.
 
특목고와 자사고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인데 예를 들면 자사고는 교육과정이 상당히 자율화가 되어 있다. 그런데 체험학습 등을 이수하라고 주어진 시수 단위를 국·영·수로 때려 박는 거다. 그걸 따라가야 하니까 사교육 시장이 더 커진다. 또 고3이 돼서 3학년 과정을 하지는 않는다. 1학년 때 다 때고 올 것을 요구한다. 그럼 이것은 결국 사교육 시장에서 해야 하는 거다. 이미 시스템, 교과과정 자체가 사교육 수요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하고 있는 거다. 다행히 이번 선행학습금지법 같은 경우는 굉장한 진전인데 문제는 근원치료가 중요하다. 원인이 치료되지 않는 한 선행학습금지법이 역으로 팽창될 수도 있다.
 
굳이 이야기를 하면 교육부가 국·영·수를 일정 이상으로 못하게 자사고도 규제를 받고, 궁극적으로는 입시제도를 전환시켜주는 여러 방법이 있지 않나 싶다. 쉽게 이야기를 하면 우리가 못살 때는 경쟁을 촉발하고 개인의 노력을 촉발해야 하지만 우리가 이 정도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 됐는데 후진적 경쟁 방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배우는 것의 거의 20%는 15년 이후에는 쓰지 않는 지식도 많다. 한국인의 지능이 가장 높은 날은 수능 전날이고 낮은 날은 그 다음날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 들어 역사교과서 논란이 뜨겁다. 국정교과서의 부활 움직임도 감지된다. 역사교육에 있어 어떤 원칙을 가지고 있나.
 
▲저는 이 부분에 있어 교육부나 박근혜 정부와 완전히 반대되는 입장이다. 있을 수 없다. 국정교과서 부활은 있을 수 없고 역사적 반동이다. 1995년 김영삼 정부 때 과거처럼 획일화된 교육, 국가중심 교육은 맞지 않다고 해서 폐지됐는데 만일 교육부에서 특히 뉴라이트형 국정교과서를 부활시킨다면 서울교육 차원에서 대안교과서를 부교재식으로 만들 생각도 있다.
 
제 슬로건 중 하나가 '열린 세계시민교육을 하겠다'를 내걸었다. 저는 말하자면 민족주의적, 국가주의적 교육만으로는 안 된다고 본다. 열린 세계시민교육이 필요하다. 유권자들께 '우리 아이들을 미래의 아베로 키우지 않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아베식 일본 우익의 민족주의에 대항할 때 한국식 또 다른 우익 민족주의 교육으로는 못 이긴다. 그걸 부끄럽게 하는 수준의 열린 세계시민교육이 있어야 앞서가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정원의 대선 불법 개입 등으로 인해 국론이 보수와 진보로 양분된 작금의 상황이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 사회문제로 대두된 '일베'에 노출되는 학생들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교육이 어떻게 자정작용을 할 수 있을까.
 
▲이건 교육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베는 인권의 관점에서 극복했다고 생각하던 것들이 드러나는 것이다. 반(反)여성주의, 인종적 혐오, 지역적 차별의식 등 굉장히 불건전한 요소가 많이 있다. 비판적 민주시민교육이 이런 것에 대한 자정 역할을 할 수 있다. 비판적 민주시민교육이 강화된다면 일베식의 5.18 폄하가 비판을 받고 발을 붙일 수 없을 것이다.
 
일베는 크게 보면 우리 시대의, 특히 신자유주의 시대의 가혹한 한국 경제 하에서의 젊은 세대의 좌절의 한 형태이다. 젊은이를 잉여로 만드는, 일회용 휴대품으로 부려먹는 거기에서 나타난 좌절인 것이다. 요즘 고등학생 알바가 많다. 이 고등학생 알바를 기업이 싼 임금의 관점에서만 보면 그 사회는 병들었다고 생각한다.
 
이 사람들은 20년 뒤에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갈 사람들이다. 그런 점에서 좌절이 있다. 기성질서에 대한 저항이 있고 그 기성질서 속에는 노동운동을 포함해서 자신의 권리를 방어하는 측면이 있다. 그런데 이 젊은층들은 노조가 있는 정규직 회사에 들어가지 못하는 좌절을 겪는다. 이 세대에게는 이것들에 대한 좌절이 있다는 것이다. 일베에게만 돌을 던지는 것은 맞지 않다.
 
-학교는 교과를 통해 통일교육도 담당하고 있다. 우리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북풍이 불기도 하고, 새누리당의 종북타령 역시 여전하다. 또 분단의 기간이 길어지면서 어린 학생들에게는 통일교육이 무척 중요하다는 생각인데 어떤 복안을 갖고 있는가.
 
▲저는 (통일교육 실시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분단이 길어지면서 이질화가 진전되다 보니까 사회경제적 수준이 너무 차이가 난다. 1970년대 중반을 넘으면서 지금은 엄청난 격차가 벌어졌잖나. 남한의 젊은 세대가 굳이 후진적인 북한과 통일해야 한다는 절박성을 덜 느낀다는 것이다. 그만큼 의식·문화의 이질화가 심해진다는 것이 반영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통일교육이 필요하다.
 
근대화의 주요 과제 중 하나가 경제, 민주, 통일 등이 있다. 저는 여전히 실현되지 않은 미완의 근대화의 과제, 즉 통일민족국가의 수립이라는 것이 교육과정에 당연히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동북아에서 냉전적 대결 양상이 확대되면서 외부 강대국이 활용하는 양상이기 때문에 남북이 협력적 관계를 맺지 않으면 휩쓸릴 우려가 있다.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사고가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은 전교조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것 같다. 사립학교에서는 교사를 채용할 때 전교조에 가입할 것인지 여부를 묻기도 한다. 전교조에 대한 입장은.
 
▲조전혁 경기교육감 예비후보나 보수언론들이 전교조를 악마화하는 것은 건강하지 않다고 본다. 전교조는 1989년 만들어져서 1000여명의 해직자를 냈고, 그분들의 복직투쟁과 교육민주화운동 통해 이어졌다. 오랜 기간 우리 사회에 민주교육, 참교육, 전인교육의 역할을 한 것을 부정하면 안 된다고 본다. 학부모나 일부 시민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지만 존재론적인 공격은 맞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도 참교육을 인정했다. 보수와 진보도 그 정도는 되자는 것이다.
 
참고적으로 전교조가 하는 모든 일이 무조건 옳다고 볼 필요는 없다. 교원평가가 이슈가 됐을 때가 노무현 정부 시절인데 무조건 거부하지 말고 진보적인 교원평가제로 정착했어야 한다고 본다. 그때 이것을 거부하면서 전교조가 상당히 데미지를 입었고, 보수언론이 그 데미지를 갖고 일반 시민사회의 반(反)전교조 정서를 만든 것이 있다. 부당성을 지적하면서도 반교조 정서가 왜 나타났는지를 성찰적으로 극복할 노력이 필요하다.
 
-사립학교 이사장의 전횡은 상상을 초월한다. 국가가 예산을 지원하면서도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는 느낌인데 이 부분에 대한 생각도 궁금하다.
 
▲사립학교는 지원과 동시에 공공적 감시가 같이 가야 한다고 본다. 많은 경우 공공재정으로 지원만 받고 공적 성격을 외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차라리 지원을 받지 말든지 다 받든지. 민화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부패족벌사학 개혁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상지대가 김문기 일가에게 돌아갔다. 박근혜 정부의 묵인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당연히 사학의 공공성은 제고돼야 하고 법과 제도들이 더 보완돼야 한다. 사학을 하시는 분들도 공공적 사학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저희가 대학 개혁운동을 하면서 공공식사립대학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사립이 공공적 성격을 많이 띤다면 공영사립중고등학교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게 선진국으로 가는 진정한 의미다. 이게 저는 우리 사회의 문화적 인식 전환과 연관되어 있다고 본다. 복지원이나 고아원은 교사 인건비 등 운영비의 거의 대부분이 국가의 재정이다. 그런데 사립복지관을 유지하는 사람이 이렇게 지원을 받으니까 사실상 공공기관이라는 인식을 갖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지원을 받으려면 법인이 돼야 하는데 한국에서 법인은 개인 것을 형태 전환하는 것에 불과한 것으로 얘기가 된다. 진정한 공적 성격으로의 전환이 인식되어야 한다. 너무 당연한 현상으로 있지만 교회가 세습되는 사회, 그게 당연시되는 것은 병이 들었다는 의미다.
 
-교육감의 업무에 포함되지는 않으나 투표를 할 수 있는 대학생들을 위한 공약은 무엇인가.
 
▲교육감은 대학생을 관장하지는 않지만 얘기를 드리면 외국에 교환교수로 가보면 학생들이 방학 중에 일을 하더라. 일을 해서 번 돈으로 등록금과 학기 중 생활금을 충당하고, 그게 된다. (노동력을) 싼 임금으로 쓴다고 해서 그 사회가 정상적인 게 아니다. 우리는 방학 중 근로를 통해서 등록금과 생활비가 충당되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가혹하다. 이것이야말로 규제가 필요하다. 임금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제가 생각하는 한가지는 학력미달 학생이라든지 저소득층 학생 등에게 대학생 인력을 활용할 수는 없을까 하는 것이다. 그러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일 것이다. 대학생들은 약간의 자원봉사이자 공공근로일 것이고, 마을결합형도 가능할 수 있다. 이런 특정한 지도에 대해서 재정을 지원하고 연결해주면 어떨까 검토할 것이다.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후 선거운동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정치인들에 비해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서 힘든 점이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보수의 단일후보 문용린과 진보의 단일후보 조희연이 붙었을 때 50대 30 정도가 나온다고 보도했더라. 이름으로 하면 인지도가 낮은 셈이다. 지식인 사회에서는 조희연을 모르면 간첩이라고 할 정도이지만(웃음) 일반 사회에서는 인지도가 낮다. 학자로서 할 때는 부모님이 두뇌를 왜 이렇게 낳아주셨나 생각했는데 요즘은 왜 저를 조국 교수에 가까운 얼굴로 만들어 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원판불변의 법칙이 작동해서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있다. (웃음) 제가 인상은 나쁘지 않다. 인지도를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하지 못한 이야기 또는 꼭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면.
 
▲저는 우리가 아이들을 분재형 인간으로 키우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분재는 몸통과 가지를 특정한 모양으로 만들기 위해서 고정화하고 구속하는 곳이다. 우리 아이들을 지금 현재의 교육시스템이 분재로 만들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아이들은 다양한 잠재력을 가진 씨앗과 같은 존재다. 여러 가지 사회 규제가 막고 있어서 미래의 창조적 잠재력들이 사장되고 있다. 나라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분재형 인간을 만드는 시스템을 혁파할 때가 왔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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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