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은 등록 '합의 공개'는 거부..'제멋대로' 변호사 등록심사

여기자 성추행·지하철 성추행 판검사들 줄줄이 등록
'등록 거부' 변호사법 규정 6년 전보다 공정성 '후퇴'

입력 : 2014-04-16 오후 5:53:09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이정렬 전 창원지법 부장판사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위철환)가 16일 변호사 등록을 거부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등록심사가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변협 변호사등록심사위원회는 이날 오전 11시30분 대한변협 대회의실에서 제2차 등록심사위원회를 열고 이 전 부장판사의 변호사 등록이 부적당하다고 판단하고 등록 거부결정을 내렸다.
 
◇이정렬 전 부장판사 2년간 등록 못해
 
변협은 심사위의 결정을 존중해 이 전 부장판사의 변호사 등록을 최종 거부했다. 이에 따라 이 전 부장판사는 이날부터 2년간 전국 어디에서도 변호사 등록을 할 수 없게 됐다. 단, 변호사회원지위 확인청구소송 등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는 여지는 있다.
 
심사위의 거부결정 근거는 '공무원 재직 중의 직무에 관한 위법행위로 인하여 형사소추 또는 징계처분(파면 및 해임은 제외한다)을 받거나 퇴직한 자로서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자'를 등록거부 사유로 정한 변호사법 8조 1항 4호이다.
 
이 규정은 '공무원 재직 중의 직무에 관한 위법행위로 인하여 형사소추 또는 징계처분을 받거나 퇴직한 자'를 전제로 하되 이 가운데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자'만 등록 거부를 할 수 있다.
 
심사위는 이 전 부장판사가 이 두 제한요건에 모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자'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심사위원들 간에도 의견이 갈렸다. 심사위는 총 9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 5명이 이 전 부장판사의 변호사 등록 거부에 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례를 보면 성추행, 스폰서 등 범죄나 비위를 저지르고 법원이나 검찰을 나왔지만 버젓이 변호사로 등록된 사례가 없지 않다.
 
◇'성추행 물의' 사퇴 부장검사 대형로펌 근무
 
2012년 여기자 성추행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최 모 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는 그해 9월 변호사로 등록해 대형로펌에서 근무 중이다.
 
최 전 부장검사는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에서 정직 3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받고 징계절차가 마무리된 후 자진 사퇴했다.
 
2011년 4월 지하철에서 시민을 성추행한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됐던 황 모 전 서울고법판사도 법원 퇴직 직후 변호사로 등록하고 활동하고 있다.
 
황 전 판사는 대법원에서 징계 검토에 들어가자 즉시 사표를 냈다. 징계처분을 피하기 위해서 선수를 친 것이다. 대법원도 '직무에 관한 위법행위가 아니므로 의원면직 제한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표를 수리했다.
 
황 전 판사는 피해자와 합의한 뒤 고소가 취하되면서 형사처벌도 피했다. 이후 황 전 판사는 석달만에 변호사로 등록했다.
 
'스폰서 검사' 사태 때 면직 처분된 박기준 부산지검장도 면직 8개월 만인 2011년 2월 변호사로 등록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박 전 지검장은 '스폰서 검사'들의 비위 의혹 진정을 대검찰청에 보고하지 않은 사실 등이 드러나 면직 처분을 받았다.
 
당시 박 전 지검장은 변협의 변호사 등록심사위원회에 직접 참석해 "물의를 일으킨 것은 죄송하지만 면직처분을 받을 만한 비위는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심사위는 박 전 지검장의 등록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후 1, 2심 재판부는 모두 박 전 지검장에 대한 면직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이에 박 전 지검장이 2012년 2월2일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2년이 지난 현재까지 판결을 내리지 않고 있다.
 
◇변협 "재직 중 직무관련 위법 아니다"
 
변협은 이들의 등록신청을 허가한 근거로 "재직 중의 직무에 관한 위법행위로 인해 징계처분 등을 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극히 형식논리에 의한 해석으로, 가령 성추행범으로 입건돼 징계를 받아 법원이나 검찰을 나온 법조인도 얼마든지 변호사 등록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성추행은 직무와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해당 규정은 2008년 3월28일 개정되면서 오히려 변호사 등록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흐렸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개정 전 같은 조항의 규정은 변호사 등록거부 사유로 '공무원으로 재직중 형사소추 또는 징계처분(파면 및 해임을 제외한다)을 받은 사실이 있거나 직무에 관한 위법행위로 인하여 퇴직한 자로서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함이 현저히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자'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공무원 재직 중에 징계처분을 받으면 직무와 관련이 있든 없든 변호사 등록이 제한됐다. 현행 법조항 보다 훨씬 엄격한 제한이었으나 개정되면서 등록 범위가 넓어졌다. 그만큼 등록심사 재량도 강화됐다.
 
등록심사위의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없다면서 이 같은 조항을 유지하고 있는 변협의 태도 역시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변협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공무원 재직 중 직무에 관한 징계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는 판·검사가 변호사로 등록하는 것이 국민의 정서에 반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며 "변협은 이번 등록심사위의 의결을 존중하고 환영하는 한편, 이로 인하여 변호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제고되고, 비위 공무원에 대한 강한 제재가 자리 잡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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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