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정부로부터 방만경영 점검기관으로 분류된 금융위원회 산하 공기업들이 복리후생비 감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공기관 정상화 과정이 난항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책금융공사를 비롯한 기술보증기금,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금융공기업과 수출입은행은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방만경영 정상화 대책에 따라 복리후생비 등을 대폭 감축해야 한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달 말 방만경영에 대한 중점관리 대상으로 선정했던 38개 공공기관 이외의 256개 공공기관에 대한 방만 경영 정상화 이행계획을 확정한 바 있다.
이와 별도로 복리후생비가 450만원이 넘거나 방만 경영 지적 항목이 20개가 넘는 정책금융공사, 캠코, 기술보증기금, 한국감정원, 정보통신진흥원 등 8곳도 올해 중간평가 대상으로 분류됐다.
기재부에 제출한 정상화 이행계획에 따르면 정책금융공사는 1인당 복리후생비를 지난해(724만원) 대비 42%가량 줄이고 캠코와 기술보증기금도 400만원 수준으로 각각 13.8%, 9.5%를 감축해야 한다. 방만경영기관 1그룹으로 분류된 수출입은행의 경우 60%나 줄여야 한다.
이 가운데 정책금융공사는 지난 2일 노사합의를 통해 자가운전비 보조 폐지, 상품권 대폭 축소 등을 결정했다. 이로써 공사의 복리후생비는 420만원 수준으로 지난해 대비 42% 가량 줄게된다.
반면 캠코와 기술보증기금, 수출입은행 등 기관들은 복리후생비를 줄이는데 애를 먹고 있다. 방만경영 개선사항 대부분이 노사 합의사항인데 노조와의 교섭이 순탄치 못하기 때문이다.
이들 기관의 개별 노조는 공공기관 정상화와 관련된 교섭권을 상위단체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에 위임한 상태. 기관측은 개별 노조지부들과 교섭하지 못하고 금융노조 등 상위단체와 교섭해야 한다.
일찍이 합의한 정책금융공사는 노조가 상위단체에 속하지 않은 독립노조여서 교섭이 수월했다. 공사 관계자는 "연말에 통합산은 출범 이슈도 있어서 정부 정책에 최대한 따르기로 노조가 양보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정부에서 정한 마지노선은 오는 9월15일이다. 기관들은 방만경영 개선 실적 보고서를 중간평가단에 제출해야 한다. 실적이 우수한 기관에는 30% 인센티브라는 당근이 주어지겠지만, 미흡한 기관은 기관장 해임 등 채찍을 맞게 된다. 2015년 임금도 동결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을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질타했던 만큼 금융당국은 정부 중간평가단이 구성되기 전인 7~8월 중으로 정상화 계획을 조기에 이행하도록 기관들을 압박하고 있다.
한 금융공기관 관계자는 "교섭권을 가진 상위노조에서는 다음달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면서 정부 대책에 매우 적대적"이라며 "정부도 강경한 입장이어서 선거철이 지나야 교섭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