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고재인기자] 교보생명이 12년만에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내부반발이 심상치 않다.
상대적으로 타 보험사 대비 안정적인 경영 구조를 가지고 있는 교보생명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는 점과 최근 5년간 신창재 회장이 배당금으로 1000억원 규모를 챙길 정도로 여유가 있는 점에서 구조조정으로 몰리는 직원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우리은행을 인수하겠다고 밝힌 상황이어서 회사의 성장에 직원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불투명한 업황 전망 등을 감안해 선제적 대응에 나선다는 사측 입장에 교섭노조가 너무 쉽게 합의를 한 것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번 교보생명의 희망퇴직 협의에 대해서 노조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보생명은 지난 22일 노사 간 협의를 통해 내달 10일까지 15년차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기로 했다.
퇴직 위로금으로 42개월치의 월 기본급(30개월치 평균 월급 상당)을 지급하고 근속연수에 따라 자녀 학비지원금을 지원하고 창업과 전직지원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노사간 협의가 사측 입장이 대부분 반영됐고 너무 쉽게 진행됐다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교보생명은 두 개의 복수노조가 있다.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교보생명보험노조(교보생명노조)와 교보생명보험민주노동조합(교보생명민주노조)다.
이들 노조 가운데 다수 노조원이 있는 교보생명노조가 교섭단체로 이번 희망퇴직 협의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교보생명노조가 사측이 이번 구조조정안을 제시한 후 임단협 없이 노조 간부를 중심으로 2주만에 합의가 이뤄졌다는 것.
이에 소수노조인 교보생명민주노조의 반발이 거세다. 임단협 등의 과정이 없어 노조원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이 안됐으며 실질적으로 회사가 희망퇴직을 해야되는 상황인 지 따져보지도 않았다는 이유다.
교보생명이 타 보험사들 대비 경영실적이 우수한 상황이며 최근 몇년간 대주주는 배당금을 챙길대로 챙긴 상황에서 직원들 인원감축이라는 방안을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2009년 3조8000억원의 자본을 2013년 5조9000억원으로 키우는 동안 주주에 대한 배당금이 3000억원대를 넘어설 정도로 거액의 배당이 이뤄졌다.
교보생명은 2010년 410억원, 2011년 615억원, 2012년 1025억원, 2013년 769억원, 2014년 574억원으로 최근 5년간 3393억원을 주주에게 배당했다.
이 가운데 지분의 3분의 1을 보유하고 있는 신창재 회장이 배당금으로 챙겨간 부분이 1000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신 회장은 2010년 138억원, 2011년 208억원, 2012년 346억원, 2013년 259억원, 2014년 194억원으로 최근 5년간 총 1145억원을 챙겼다.
직원들이 힘들게 일해 대주주의 배를 불리웠지만 대주주는 유상증자 등의 자본확충은 안하고 업황이 어려워질 것 같다는 이유로 직원들을 선제적으로 내치는 구조조정에 몰아넣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특히, 최근 손해보험업계에서도 교보생명과 비슷하게 안정적인 경영을 하면서 상승세를 맞고 있는
메리츠화재(000060)와도 비교 되는 부분이다.
메리츠화재의 경우 인위적인 인력 감축이 없이 효율성을 높이는 장기경영 방안을 밝히자 노조에서도 임금동결로 화답하며 회사의 경영방침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민주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조직원들의 허리띠를 졸라매게 만들고 대주주는 배불리는 상황”이라며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생명보험사에서 회사의 성장을 위해 이같은 역설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조는 희망퇴직을 강요당한 직원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현재 희망퇴직 관련 협의가 있은 후 민주노조에 새롭게 가입하는 노조원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노조 관계자는 “부당하게 강제 퇴직 요구를 받는 직원들의 경우 제보를 받아 법적 대처 등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