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열전)①코웨이 vs. 청호나이스

입력 : 2014-08-07 오전 8:46:55
[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라이벌이 주는 의미는 다양하다. 치열한 시장 쟁탈전에 예민한 신경전이 전개되는가 하면, 서로에 대한 자극으로 기술 개발 등 발전도 가져온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라이벌이 있음으로 인해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그에 따른 혜택도 다양해진다. 정수기와 밥솥이라는 특정 영역에서 뚜렷한 발자취를 남기고 있는 코웨이와 청호나이스, 쿠쿠전와와 리홈쿠첸 간 직접 비교를 통해 라이벌의 의미를 되짚어 본다. 라이벌의 또 다른 이름은 '동반자'다. [편집자]
 
정수기 시장에서 코웨이(021240)와 청호나이스는 '오래된' 라이벌이다. 청호나이스의 정휘동 회장이 초창기 코웨이 연구소장을 역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두 기업은 뗄래야 뗄 수 없는 태생적 인연을 가진 경쟁자이자 동반자로 비친다.
 
코웨이는 국내에 처음으로 정수기와 렌탈 시스템을 도입했다. 청호나이스는 역삼투압 방식 의 정수기를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 모두는 현재 정수기 시장을 주름잡는 대세가 됐다.
 
시장 경쟁이 날로 격해짐에도 코웨이는 2014년 2분기 현재 사상 최대 계정인 587만 계정을, 청호나이스는 95만 계정을 자랑한다. 계정 수에서 알 수 있듯 양사의 직접 비교는 어려울 정도로 코웨이의 독주 체제다. 힘은 탄탄한 방판채널에서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코웨이는 전체 정수기 시장의 약 55%를, 청호나이스는 10% 가량을 차지한 것으로 추산된다. 청호나이스로서는 일종의 본가(本家)인 코웨이가 넘을 수 없는 벽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코웨이-청호나이스, 핏줄은 하나?
 
양사의 주력사업은 단연 정수기다. 정수기 사업을 시작하기로 마음 먹은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미국에서 엔지니어로 활약하던 정휘동 현 청호나이스 회장을 코웨이 연구소장으로 영입했다. 정 회장이 초기 웅진코웨이에 몸을 담은 탓에 두 회사 정수기의 '기본 토대'는 같다는 평가가 많다.
 
청호나이스는 정 회장이 코웨이의 초기 정수기 모델을 만드는데 기여했다고 설명한다. 지난 1993년 정 회장은 웅진코웨이를 나와 역삼투압 정수기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자신의 '물' 철학을 구현할 수 있는 청호나이스를 설립했다. IMF 이전 코웨이가 렌탈 시스템을 도입하기 전까지 방문판매를 주력으로 하던 양사의 점유율은 비등했다.
 
갖추고 있는 제품군도 비슷하다. 정수기를 주력사업으로 공기청정기와 비데, 연수기, 제습기, 화장품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코웨이는 강력한 영업력과 서비스망을 토대로 매트리스 사업 및 홈케어 사업으로 세를 넓혀가고 있다.
 
'코디(CODY·Coway Lady)'를 기반으로 한 코웨이의 조직력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독특하면서도 위력적이다. 코디가 2~3개월에 한 번씩 고객의 가정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고객과 맺어진 친밀감과 충성도는 계정 연장 및 증가 등 매출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코디의 활약은 코웨이 본사에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회사 측도 "코디가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을 만한 제품을 찾는 것이 우리의 숙제"라고 밝힐 정도다. 코디의 막강한 영업력과 코웨이만의 기발한 상품 기획력은 매 분기 선순환되면서 호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청호나이스는 기술력만은 업계 선두주자라고 자신한다. 세계 최초로 초소형 얼음정수기와 와인셀러 정수기를 개발했다. 청호나이스의 자랑거리인 얼음정수기는 업계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이 같은 개발 DNA는 최근 커피정수기 '휘카페'로 계승됐다. 
 
◇실적·계정 차이 극명..업계 1·2위의 숙명?
 
실적에서는 극명하게 엇갈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코웨이가 렌탈 시스템을 청호나이스보다 2~3년 가량 먼저 도입하면서 그 격차는 따라오기 힘들 정도로 벌어졌다. 코웨이가 연간 매출 2조원을 달성하는 사이 청호나이스는 수년째 매출 2000억원대에 머물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3117억원의 매출액과 7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코웨이는 지난 2012년 웅진그룹으로부터 분리되면서 모그룹의 부담을 덜었다. 이후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2013년 연결기준 2조118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매출 2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률도 16%대로 껑충 뛰었다. 특히 서비스에 집중, 고객 해약을 감소시켜 렌탈해약폐기 손실을 줄이면서 수익은 극대화됐다.
 
반면 청호나이스의 영업이익은 날로 줄고 있다. 2010년을 전후로 영업이익률이 10%를 넘나드는 등 상승세를 탔다. 2011년부터 매출액은 소폭으로 늘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하락세다. 회사 측은 "판매 거점과 투자비용을 집행하는 등 1위와의 격차 줄이기 위한 계정 늘리기에 주력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형에 비해 수익 규모는 여전히 미흡하다.
 
◇청호나이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추이 (자료=전자공시시스템)
 
업계에서는 코웨이가 새로운 니즈를 발굴해 제품으로 만들어내고 판매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한다. '영업의 신'으로 불렸던 윤석금 회장의 가치관과 기질이 제대로 이식됐다는 것.
 
반면 코웨이 연구소장 출신인 정휘동 회장이 설립한 청호나이스는 엔지니어 출신이 이끄는 만큼 기술력으로 시장에 어필하고 있다. 때문에 장사나 영업 수완은 상대적으로 코웨이만 못하다는 평가다.
 
◇코웨이 '차기 성장 동력 발굴'..청호 '계정 늘리기' 관건 
 
코웨이의 남은 과제는 차기 성장동력을 찾는 것이다. 코웨이는 현재 정수기와 비데, 공기청정기 등 3개 제품군에서 시장 1위다. 넘어설 만한 경쟁자가 없다는 것은 기업으로서는 약이자 독이다.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내부 고민도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다. 코웨이가 성장세를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외부의 걱정 어린 시선도 많다.
 
◇(왼쪽부터) 코웨이 김동현 대표이사, 청호나이스 이석호 대표이사 (사진= 각 사)
 
최근 코웨이가 해외 NDR(기업설명회)에서 M&A 관련 질문이 나온 데 대해 "좋은 매물이 나오면 언제든 준비는 되어 있다"고 답한 것도 차기 성장동력에 대한 내부의 고민을 보여준 단적인 예로 꼽힌다.
 
특히 MBK라는 새로운 주인을 맞으면서 대대적인 비용절감과 해약률 관리 등의 '쥐어짜기' 식으로는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코웨이 안팎의 중론이다. 코웨이는 기존 고객과 코디조직, 그리고 새로운 주인을 만족시킬 만한 건강·환경 가전 카테고리 제품을 찾아 성장을 이어가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기술력을 내세우는 청호나이스의 한계도 뚜렷하다. 정수기 이외 다른 생활가전에서 눈에 띄일 만한 경쟁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회사 측은 "경쟁자가 많은 상황에서도 비데와 연수기 등에서 판매량은 꾸준하다"면서 "당분간 정수기를 비롯한 생활가전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청호나이스의 가장 큰 난관은 계정수 늘리기를 통한 시장 점유율 높이기다. 코웨이와 비슷한 업력과 기술력을 가졌다고 자신하면서도 1위와의 격차는 청호나이스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계정수를 늘리면 그외 제품군인 청정기와 비데, 연수기 등의 매출 증가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청호나이스가 코웨이와 다르게 설립부터 역삼투압 정수기만을 고수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동양매직과 쿠쿠전자 등 후발주자들이 역삼투압 정수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공사막 방식의 정수기로 라인업을 다양화한 상황에서 청호나이스의 역삼투압 '외길 고집'이 통할 지는 미지수다. 생명력 있는 물이냐에 대한 의문도 여전하다.
 
50만 계정을 돌파한 쿠쿠전자와 동양매직 등 후발주자의 가세로 청호나이스의 입지도 한층 좁아졌다. 코웨이의 독주 속에 같은 2위 그룹으로 묶일 경우 양걍 구도는 요원하기만 하다. 청호나이스가 커피 정수기를 출시하고 코웨이와 특허소송을 벌이면서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이유 중 하나다. 결국 1위와 붙으면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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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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