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액화석유가스(LPG)의 판매가격이 4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서민과 업계가 모두 반색하고 있다.
LPG는 가정에서 취사와 난방용으로, 차량에서는 주로 택시 연료로 사용한다. LPG 업계는 그간 경기침체 여파로 수요는 감소하는 반면 판매가격은 상승해 속앓이를 해왔다.
하지만 최근 LPG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될 조짐이다. 서민들은 연료비 부담을 덜고, LPG 업계는 수요증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국내 LPG 충전소의 최근 1년 간 평균판매 가격 추이.(출처=한국석유공사 오피넷)
19일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LPG충전소에서 판매되는 차량용 부탄의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981.98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0년 12월31일(975.38원) 이후 3년 11개월만에 최저치다. 지난해 11월 평균 가격인 1065원과 비교해도 83원이나 저렴하다.
국내 LPG 충전소 가격이 하락세를 타고 있는 것은 국제 LPG 가격이 매달 하락 조정된 결과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는 지난 7월부터 넉달째 시장 기준 가격을 낮췄다.
프로판은 지난 7월 톤당 820달러에서 이달 610달러로 210달러 내렸고, 부탄은 240달러 낮춘 톤당 600달러(11월)로 조정해 통보해 왔다. LPG 업계는 12월 국제 LPG 가격이 11월 대비 더 낮게 책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PG 가격이 국제유가와 셰일가스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12월 국내 LPG 판매 가격 역시 환율을 고려해 내리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올해 LPG 가격은 '동고하저'(冬高夏低) 흐름에서 비켜가는 이례적 상황이 전개돼 눈길을 끈다. LPG 가격은 난방용 수요가 늘어나는 겨울에 오르고 여름에 내리는 데, 올 겨울은 수급과 무관하게 내림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
이는 셰일가스 생산과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LPG는 주로 유전지대에서 채굴하고, 정유·석유화학 공장의 부산물로도 얻는다. 때문에 유가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렵다는 게 LPG업계의 설명이다.
국제유가는 지난 9월 말 배럴당 100달러대가 무너진 데 이어 이달 중순 70달러 중반으로 급전직하하는 등 연일 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 LPG 역시 국제유가와 마찬가지로 당분간 하향 안정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SK가스와 E1은 국제유가 급락으로 수익성에 비상등이 켜진 정유업계와 달리 반색하는 분위기다. LPG의 경우 원유와 달리 도입가격이 월간 단위로 책정되기 때문에 가격 급락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의 부담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대신 LPG 소비는 주로 서민들에게 집중되다보니 가격에 따라 수요가 민감하게 반응한다. 업계는 당분간 가격인하 기조가 유지되면서 취사와 난방, 택시용 LPG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산업용 LPG의 수요도 함께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석유화학 업체들은 나프타분해설비(NCC)에 나프타를 투입해 석유화학의 기초원료인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을 생산하는데, 이 과정에서 회사에 따라 10~30% 정도를 LPG로 대체한다. 통상 LPG 가격이 저렴한 여름철에 투입 비중이 높고, 겨울철은 낮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동저하저' 조짐을 보이면서 가정과 택시용 수요뿐만 아니라 석유화학용 LPG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올 4분기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