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진기자] 최근 국내 증시는 '유가 급락' 이슈에 따라 움직였다. 공급 과잉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국제 유가의 추가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유가 하락세가 업종별 희비를 좌우하는 국면이 좀 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석유수출기구(OPEC)의 석유 감산이 불발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이달 4일까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66.81달러로 떨어졌다. 지난 2009년 9월 말 이후 최저치로, 일주일 간 하락률은 9.3%에 달한다. 지난 6월 고점과 비교하면 37.5% 가량 떨어진 셈이다.
◇항공·해운주 '웃고' 정유·조선주 '울고'
국제 유가의 급락으로 지난 일주일 동안 관련주는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유가 하락 수혜주로 분류되는 항공주, 해운주는 일제히 상승한 반면 피해주인 정유주와 조선주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이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항공사와 해운사의 경우 유류비가 각각 매출의 30~35%, 10~15%를 차지한다"며 "단기적으로 원가 하락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 "국제 유가 하락세 지속 전망..관련주 선별 필요"
증권가에서는 국제 유가의 하락세가 좀 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현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에 진입하지 못한 상황에서 원유 수요의 회복은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공급 과잉 우려와 투자 심리 위축으로 당분간 유가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증시 전문가들은 유가 하락의 영향을 감안한 선별 투자 전략을 권하고 있다. 과거 경험상 유가 하락과의 부정적 민감도가 낮은 내수주 중심으로 접근하는 가운데 일부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종에 관심을 가지라는 조언이 대체적이다.
이 연구원은 "국제 유가 급락기에는 상대적으로 민감주보다 내수주의 선호도가 높아질 수 있다"며 "내년부터 내수 경기 활성화가 기대된다는 점까지 감안해 지난 10월 중순 이후 탄력이 둔화된 내수주를 저점 매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항공주 전망 엇갈려.."투심 개선" VS "상관관계 미미"
대표 수혜주로 꼽히는 항공주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이익 개선이 주가 상승으로 연결될 것이란 의견과 과거 경험상 상관관계가 낮았다는 분석이 대립하고 있다.
박세진 BS투자증권 연구원은 "항공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유가와 함께 실적 개선 폭은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반면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0년 간 자료를 보면, 유가 하락기에 주가가 오른 적이 없다"며 "유가가 하락한 경우 경기 침체로 항공 수요가 부진해 실적도 저조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