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유럽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책으로 마련한 2차 장기대출 규모가 시장의 예상치에 미치지 못하자 국채매입을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실시한 2차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 입찰에서 은행들에 1298억유로가 배정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1480억유로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앞서 진행된 1차 TLTRO 입찰 규모도 826억유로로 예상치인 1000억유로에 밑돈 바 있어 시장의 실망감은 더 컸다.
그 정도 금액으로는 일본식 '장기침체(스태그네이션)'로 치닫고 있는 유로존 경제를 구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로써 강력한 부양책으로 대차대조표를 현재보다 1조유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던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사진)는 투자자들이 신뢰를 잃게 생겼다.
유로존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커버드본드·자산담보증권(ABS) 매입, TLTRO 입찰 등의 각종 부양책이 가동되고 있음에도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 11월 유로존의 물가 상승률은 0.3%를 기록해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유럽 경제 2위 국인 프랑스의 물가 상승률은 마이너스(-)0.2%를 기록해 유로존 경기 침체 위기감을 증폭시켰다.
이 때문에 ECB가 물가 하락을 막고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고자 내년 1월에 열리는 정례통화정책 회의에서 국채매입 결정을 내릴 것이란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닉 매슈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부양책이 발표될 당시보다 물가 전망이 더 악화됐다"며 "ECB가 국채매입을 단행하겠다고 발표할 날이 점점 가까워져 오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옌스 바이트만 ECB 집행위원과 다른 매파 위원들이 추가 부양책을 반대하고 있어 국채매입 적용이 늦춰질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매파 위원들은 지금 시행 중인 부양책만으로도 물가 상승률 목표치인 2.0%에 충분히 도달하리라고 내다본다.
알베르토 갈로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 리서치 센터장은 "양적완화를 둘러싼 ECB 내부 의견 차로 내년 1월에도 국채매입은 시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