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지상파와 유료방송 사이의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재전송료 논쟁에 이어 이번에는 지상파 다채널방송(MMS)을 놓고 양측 사이에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23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EBS가 내년 1월부터 지상파 MMS 시범서비스를 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지상파 MMS는 디지털영상 압축기술을 활용해 1개 지상파채널을 제공하던 기존 주파수 대역(6MHz)을 분할해 여러 개의 채널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종전의 디지털방송 환경에서 EBS가 13-1 채널로 방송됐다면, MMS를 허용할 경우 13-2에서도 EBS의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채널이 1개에서 2개로 늘어나는 것.
방통위는 EBS의 MMS 시범서비스를 토대로 시청자의 시청행태, 기술적 안정성, 방송시장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내년 하반기 중 법·제도 정비 등 MMS 본방송 도입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에 발맞춰 지상파의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방송협회는 "영국, 미국, 독일 등 해외 주요국이 디지털 전환과 함께 다채널서비스를 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우리나라는 아날로그 시대와 별반 차이가 없다"며 MMS 전면 허용을 촉구했다.
방송협회는 시청자의 무료보편적 시청권 확대를 내세우며 "제한적인 지상파 MMS 허용은 일부 유료사업자와 종편사업자의 이익을 위해 지상파 MMS 방송을 무력화하려는 것으로, 생색만 내고 실효는 없는 눈치 행정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시청자복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지상파 MMS가 현실적으로 가능하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유료방송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EBS를 시작으로 지상파 전체로 MMS가 허용될 경우 방송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성명을 통해 "지상파 MMS는 결국 상업채널로 변질될 것"이라며 "보편적 서비스 확대는 핑계이고 진짜 의도는 광고수익 확대"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별도의 자료를 통해서도 "지상파 MMS 도입은 정부의 디지털 전환 정책의 일관성도 흐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2005년 디지털 방송기술을 선택하면서 지상파는 고화질 매체, 케이블은 다채널 매체로 육성하는 방안을 세웠는데, 지금의 움직임은 이와 상충된다는 것이다.
또한 "MMS로 지상파 채널이 추가될 경우 지상파 독과점은 더 심화될 것이고 PP들은 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며 "유료방송 생태계의 존립을 위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