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통)K시리즈 마침표 'K9 퀀텀' 대해부

입력 : 2015-01-09 오후 4:58:23
[뉴스토마토 이충희기자] 2010년대 들어 론칭한 K시리즈가 대박을 치자 기아차 경영진들은 시리즈의 방점을 찍을 대형차 출시 준비에 매진하며 후속작 성공 기대감에 부풀었다. 기존 대형 세단이었던 오피러스를 뛰어넘는 플래그십 세단을 통해 K시리즈의 브랜드 가치와 판매량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었다.
 
예상은 빗나갔다. K시리즈의 판매량은 2012년 K9 출시와 함께 서서히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대표작 K5는 2011년 판매량이 8만8000여대로 정점을 찍은 뒤 2012년 7만8000여대, 2013년 6만3000여대, 지난해 4만9000여대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K9과 K7, K3도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 대비 각각 11.9%, 11.4%, 3.9% 하락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올해 신형 K5 출시를 앞두고 기아차가 회심의 카드 'K9 퀀텀'을 꺼내들었다. 기아차 최초 5000cc급 대형 엔진을 얹어 K시리즈 이미지의 고급화를 꾀하고, 동시에 지난 2012년 출시 후 판매량이 최저치로 추락한 K9에도 다시 한번 심폐소생술을 시도한다. K9 퀀텀은 어떤 차일까. 카통의 시즌1 마지막회에서 집중 분석한다.
 
◇기아차 K9 퀀텀.(사진=기아차)
 
◇힘 충분하고 정숙성도 최고..앞뒤 쏠림 현상 있어
파워트레인·승차감 : ★★★☆☆
 
K9 퀀텀에는 현대차 에쿠스에 사용되는 타우 GDI 엔진이 탑재됐다. 최고출력 425마력, 최대토크 52.0kg.m를 자랑한다. 5.0 에쿠스 세단이 416마력, 52.0kg.m의 힘을 뿜는 것에 비해 출력이 약간 더 좋은데, 최신화된 엔진 세팅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공인연비는 예상대로 좋지 않다. 복합연비 7.6km/ℓ, 도심연비 6.3km/ℓ , 고속도로 연비 9.9km/ℓ를 기록한다. 실제 트립컴퓨터에 누적된 기록은 약 40시간 동안 1500km 주행, 평균속도 39km/h, 평균연비 6.7km/ℓ였다. 시승 기간 대부분 시내 주행을 했던 터라 연비는 다소 낮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
 
엔진이 워낙 커 2100kg에 달하는 공차중량에도 차는 힘있게 튀어나간다. 다만 차체가 무거워 관성을 이겨내기 힘들어서인지 급가속, 급정차시 앞뒤 쏠림 현상이 다소 심했다. 급출발 할 때 몸이 갑자기 뒤로 쏠리고, 급정지 할 때는 앞으로 쏠리는 경우가 많았다.
 
실내에서 느껴지는 엔진음은 확실히 조용했다. 다양한 차를 운전해 봤지만 K9 퀀텀은 가장 완벽한 정숙성에 가까운 자동차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도로 위를 속도감 있게 달릴 때에도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K9 퀀텀의 엔진부.(사진=뉴스토마토)
 
◇슈라이어의 걸작..K시리즈의 결정판
디자인 : ★★★★☆
 
이미 알려진 대로 K시리즈의 디자인은 피터 슈라이어 기아차 디자인 총괄 사장이 주도해 완성했다. 슈라이어 사장은 기아차에 부임하면서 "과거 기아차는 매우 평범했다. 딱 보자마자 단번에 기아차라는 걸 알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디자인 혁신을 예고했다.
 
슈라이어의 의도대로 그의 손을 거쳐 탄생한 모든 신차들은 단번에 기아차를 떠올릴 수 있도록 디자인돼 탄생하고 있다. 호랑이코 그릴이 대표적인데, 이제 K시리즈를 넘어 기아차의 패밀리룩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K9 퀀텀 역시 호랑이코 그릴이 전면에 나서면서 전체적인 디자인을 이끌고 있다. 전작보다 크롬 재질이 더욱 부각되면서 다이아몬드 형태로 진화한 점이 눈에 띈다. 19인치 크롬 휠도 적용돼 대형차급에 걸맞은 품격도 갖췄다. 후면부는 리어 램프와 범퍼 디자인을 보다 가로로 넓게 디자인하는 동시에 트렁크 부위를 좌우로 연장해 웅장함이 느껴졌다.
 
카통팀이 생각한 K9 퀀텀 디자인의 단점은 K7과의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타사 모델에 비해 최고급 세단 오너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게 하기에 돋보일 만한 요소가 적다. 현대차 에쿠스가 제네시스나 그랜저와 달리 최고급 플래그십 세단으로서의 정체성을 구축한 것과 비교된다.
 
◇K9 퀀텀에도 기아차의 패밀리룩인 호랑이코 그릴이 적용됐다.(사진=뉴스토마토)
 
◇기아차가 보유한 모든 편의사양 탑재
편의사양 : ★★★★★
 
K9 퀀텀에는 기아차가 탑재할 수 있는 모든 옵션이 장착됐다. 주목할 편의사양 중 하나는 뒷좌석 우측 시트에 앉을 VIP를 위해 적용한 '전동식 풋레스트'다. 우측 뒷좌석에서 시트의 기울기와 높낮이 조절은 물론 발판까지 전동식으로 모두 조작이 가능하다.
 
이전 버전과 비교해 진화한 '유보(UVO) 2.0'도 탑재됐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차량 원격제어 ▲소모품 관리 ▲차량 진단 ▲에어백 전개 자동 통보 및 도난 추적 등 기존 기능들과 함께 ▲실시간 교통정보를 기반으로 한 최적 경로 탐색 ▲인터넷 검색을 통한 내비게이션에 없는 목적지 검색 등을 신규 적용해 편의성을 높였다.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도 기본 탑재됐다. ASCC 기능을 사용하면서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 구역에 진입할 경우 자동으로 차량을 감속하고, 구간 통과 후 설정 속도로 재가속하는 '고속도로 과속 위험지역 자동 감속' 기능도 기아차 최초로 적용됐다.
 
이와 함께 레이더 센서와 차선이탈경보시스템(LDWS), 앞선 차량의 급제동 등 전방 추돌 상황을 감지해 차량을 비상 제동하는 긴급제동시스템(AEB) 등은 주행 시 발생할 수 있는 접촉 사고를 예방하기에 좋은 옵션들이다.
 
◇K9 퀀텀에는 거의 모든 편의사양과 옵션이 갖춰져 있다.(사진=기아차)
 
◇가격 경쟁력 있지만..브랜드 이미지 고급화 '글쎄'
경쟁력 : ★★★☆☆
 
K9 퀀텀의 가격은 8620만원으로 타사 고급세단 대비 높지 않다. 현대차 에쿠스 5.0 세단이 1억1150만원, 쌍용차 체어맨 W 5.0 모델이 9212만~9729만원으로 K9 퀀텀보다 비싸다. 2억원에 육박하는 동급 독일 고급 세단들에 비해서도 한참 낮다. 가격 경쟁력은 충분하다.
 
그러나 고급차 선택에 있어서는 가격보다 브랜드 가치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런 점에서 1990년대 후반 1세대를 출시한 체어맨의 경우에도 국내 플래그십 세단 시장에서 나름대로 고급 이미지를 구축해왔지만, K9은 아직까지 그럴 만한 시간이 축적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기아차는 올해 K9의 전체 판매량을 6000대로 올려잡았다. 지난해 총 4500여대, 재작년 5000여대 판매한 점을 생각하면 목표 달성은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기존에 없던 퀀텀(5000cc) 트림이 새롭게 추가됐고, K5 등 신차 효과로 K시리즈 판매가 동반 상승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평가는 시장의 몫이다.
 
◇2012년 출시된 K9은 피터 슈라이어 사장의 역작으로 평가받지만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 탓에 브랜드 이미지 고급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사진은 슈라이어 사장이 K9 디자인을 직접 설명하며 그리고 있는 모습.(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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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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