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재계가 올해도 통상임금 문제로 시끄러울 전망이다. 노사간 통상임금 범위 조정에 합의한 기업이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는 데다, 이미 소송이 진행 중인 기업들도 적지 않다. '갈 때까지 가보자'는 소송도 다수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3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국내 매출액 300대 기업 중 1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통상임금 협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노사간 협상으로 통상임금 범위를 재조정한 기업은 44%(44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56%의 기업은 노사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통상임금 범위를 재조정한 44개 기업 중 34곳(77.3%)은 전년 대비 통상임금 범위가 증가했고, 나머지 10곳(22.7%)은 전년과 범위가 동일했다.
또 기업들이 노사간 합의를 통해 조정한 통상임금액은 전년 대비 평균 17.9% 인상된 것으로 조사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에는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았던 상여금과 각종 수당 등이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충족한 경우 통상임금에 포함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통상임금 범위를 재조정한 기업이 고려한 사항으로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내용'(44.4%)이 가장 많았고, 이어 '총액 인건비 증가 허용범위 내 조정'(23.6%), '그룹 내 계열사 간 형평성'(12.5%), '동종 업계와의 형평성'(12.5%) 순으로 나타났다.
노사 간 통상임금 범위 조정에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은 물론 소송까지 진행했거나 진행 중인 기업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 중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9곳이었고, 소송이 있었으나 판결을 수용하거나 소를 취하하는 등 소송이 종료됐다는 기업도 3곳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송이 진행 중인 9개 기업의 경우 향후 소송전망과 관련해 '대법원 판결시 수용하겠다'는 기업이 5곳으로 가장 많았다. 대법원 판결까지 가겠다는 뜻이다.
1심판결을 수용하겠다는 기업은 2곳, 2심판결시 수용하겠다는 기업이 1곳, 노사합의를 통해 소송을 취하하겠다는 곳은 1곳으로 집계됐다.
실제 이번 설문조사와 별개로 소송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기업들이 적지 않다. 자동차나 조선, 철강업체들이 대부분 통상임금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다.
현대차가 오는 16일 1심 판결을 앞두고 있고, 기아차 역시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밖에 르노삼성, 한국GM 등도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삼성중공업과 미포조선 등 조선사들과 현대제철 등 철강업계도 통상임금 문제를 소송으로 해결하고 있는 중이다.
이철행 전경련 고용노사팀장은 "대부분의 기업에서 임단협이 타결됐지만, 통상임금 문제를 합의한 기업은 절반도 되지 않아 통상임금은 여전히 많은 기업들의 쟁점"이라며 "최근 일부 하급심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상이한 판결을 내리면서 산업현장의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그러면서 "판결 간의 일관성이 높아져 통상임금 갈등이 조속히 매듭지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