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진기자] KB금융지주로의 편입을 앞둔 LIG투자증권의 운명이 어떻게 결정될 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기존 LIG그룹 오너 일가로 재매각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에 LIG투자증권 노동조합은 이른바 '사기 경영'의 책임이 있는 오너 일가에 회사를 다시 맡길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6일 LIG투자증권 노조가 서울 여의도동 KB국민은행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26일 업계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오는 3월말까지 LIG손해보험 인수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LIG손해보험의 자회사인 LIG투자증권도 KB금융지주의 손자회사로 편입된다.
이후 LIG투자증권의 향방은 세 가지 시나리오가 예상되고 있다. 계열사 KB투자증권과의 합병, 청산, LIG그룹 오너 일가로의 재매각 등이다.
시나리오 가운데 두 증권사 간 합병은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이야기가 많다. 자본력과 사업 방향 측면에서 두 업체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합병 시나리오가 약해지면서 시선은 LIG그룹 오너 일가가 LIG투자증권을 다시 사들일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LIG투자증권 노조는 이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에 강력히 반발 중인 모습이다.
이날 노조는 서울 여의도동 KB국민은행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사기 경영의 주범인 LIG 구씨 일가가 LIG투자증권을 재인수한다는 루머가 나돌고 있다"며 KB금융지주의 일방적인 재매각을 반대했다.
LIG투자증권 내부에서 오너 일가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것은 당초 LIG손보의 매각 원인이 이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0~2011년 구자원 LIG그룹 회장 일가는 수백억원대의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했고, 당시 피해자들의 돈을 배상하기 위해 LIG손보의 매각이 결정됐다.
이와 동시에 자회사인 LIG투자증권도 매물로 나오는 과정에서 지점 폐쇄와 구조조정의 고통을 겪은 만큼 직원들의 반발도 거센 것이다.
한만수 사무금융노조 LIG투자증권지부장은 "우리는 LIG그룹 전임 경영진의 재인수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며 "KB금융이 LIG투자증권을 다시 매각할 경우 직원들의 고용 안정은 또다시 위협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LIG투자증권 사측과 노조는 다음달 5~6일 협상 테이블에 앉을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직원들의 임금과 고용 안정을 위한 교섭이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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