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기자]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상반기 정기인사에서 주요보직인 조사국장에 외부인을 영입하는 ‘깜짝인사’를 통해 새로운 실험에 돌입했다. 최근 한은이 내놓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전망이 크게 벗어나자 조사역량에 대한 신뢰성 회복과 분위기 쇄신을 위한 것.
하지만 이번 인사는 이주열 총재가 내부직원 중에 마땅한 적임자를 찾지 못해 외부에서 수혈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직원들은 총재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함께 총재가 자신들을 못 알아봐 줬다는 서운함에 직원들의 사기저하가 우려된다.
28일 한은은 상반기 정기인사를 통해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을 신임 조사국장
(사진)으로 내정했다.
장민 신임국장은 서울대 경제학과과 84학번으로 미시간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석박사를 취득했다. 1990년 한은에 입행해 BIS 이코노미스트와 조사국, 뉴욕사무소 워싱턴주재원, 정책기획국 등을 거쳤다.
2009년 1월부터는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으로 자리를 옮겨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과 연구조정실장 등을 지냈다.
장민 내정자는 한은 퇴사 후 6년여 만에 간판 보직인 조사국장으로 돌아오게 됐다.
한은은 "내정자가 통화정책, 국내외 경제전망 및 경제현안 분석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경제·금융정책에 대한 높은 식견을 갖추고 있다"며 "앞으로 한국은행의 경제전망 및 조사연구 역량을 확충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정 이유를 밝혔다.
이주열 총재가 최초로 퇴직 인사를 조사국장에 영입한 것은 최근 경제전망과 물가전망에 대한 비판이 거센 가운데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올해는 한은이 물가안정목표제를 새로 설정해야 하는 만큼 한은의 경제 전망에 새로운 시각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장 내정자는 금융연구원에선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과 연구조정실장을 거치면서 국내외 거시 경제 여건 분석과 전망 업무를 주관해 왔다.
그러나 이주열 총재의 이번 인사 실험에 직원들은 적지 않은 서운함을 내비치고 있다.
한은의 한 직원은 "내부에도 충분히 역량을 갖춘 직원들이 많다"며 "특히 조사국장 자리에 퇴직인사를 내정한 데 서운함과 아쉬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한은의 퇴직 임원은 "이번 인사는 이주열 총재가 은행 내에 조사국장에 적정한 인물이 없다고 평가한 것 같다"며 "총재가 한은 업무에 해박한 만큼 직원들의 업무 능력이 성에 차지 않아 이런 결정을 내린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사실 내부에도 인물이 있는데 그걸 못알아본 총재에 대해 직원들의 불만이 크다"며 "직원 사기 저하가 우려돼 적정한 인사 실험이었는지 의문이 남는다"고 말했다.
한편 장민 내정자는 채용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는 오는 3월 초부터 조사국장 업무를 진행한다. 계약 기간은 2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