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안주면 감치"..가사소송법 24년만에 전면 개정 추진

대법원, 조문 87개에서 161개로 대폭 확대
이혼·재산분할·면접교섭 등 주요부분 정비

입력 : 2015-02-08 오전 9:00:00
◇대법원 법원행정처 가사소송법 개정위원회(위원장 윤진수)가 지난 6일 회의를 열고 가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사진제공=대법원)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전 남편이 재산이 있으면서도 이혼 후 고의로 양육비를 30일 이상 주지 않을 경우 법원의 명령에 의해 감치되는 등 이혼시 양육비 지급 책임이 한층 강화된다.
 
대법원 법원행정처 가사소송법 개정위원회(위원장 윤진수 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6일 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가사소송법 전면 개정안을 마련해 추진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가사소송법의 개정은 지난 1991년 제정된 이후 24년만에 전면 개정이 추진되는 것으로 현행 87개 조문에서 161개 조문으로 대폭 증가한다.
 
이에 따라, 이혼시 양육비와 재산분할 분쟁은 물론 이혼가정의 아동과 학대받는 양자들의 인권이 대폭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우선 이혼시 남편의 양육비 지급의무가 대폭 강화된다. 그동안은 재산이 있는 법원이 정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더라도 별다른 강제수단이 없어 이혼을 겪은 아이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줘 왔다.
 
◇양육비 지급 기한 3개월에서 30일로 단축
 
그러나 이번 법 개정 추진으로 남편이 양육비 이행명령을 받고도 '30일' 이상 고의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에는 바로 감치된다. 또 종전의 양육비 지급 기한 3개월도 30일로 단축됐다.
 
이혼 중에라도 양육비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이 한층 강화된다. 그동안은 법원이 사전처분으로 양육비 지급을 명하더라도 남편이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과태료 외에는 이렇다 할 강제수단이 없었다.
 
그러나 개정안에 따르면 법원이 사전처분으로 양육비 지급을 명했는데도 남편이 지급하지 않을 경우에는 양육비 직접지급명령, 담보제공명령, 강제집행 등이 가능해진다.
 
이와 함께 이혼시 친권자나 양육자를 지정할 때에는 법원은 나이와 관계 없이 자녀의 의견을 들어 반영해야 한다.
 
그동안은 친권자나 양육자를 지정할 경우 자녀가 13세 미만이라면 법원은 원칙적으로 자녀의 의견을 듣지 않아도 됐었다. 물론 법원이 자녀의 복리를 우선으로 고려해왔지만 이번 법 개정 추진으로 자녀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법적인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다.
 
◇면접교섭보조인제도 신설, 교섭권 보장
 
이혼 후 일방이 자녀의 면접교섭권을 방해하는 경우에도 법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동안은 면접교섭 과정을 전적으로 이혼한 부부에게만 맡길 수밖에 없어 친권자 또는 양육자로 지정된 부모가 '아이를 돌려보내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 등으로 이혼한 상대방과 아이의 면접교섭을 방해하는 일이 빈번했다.
 
그러나 개정법은 '면접교섭보조인 제도'를 신설하도록 규정해 법원이 면접교섭보조인을 선임해 면접교섭을 전반적으로 조력함으로써 자발적인 면접교섭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되게 된다.
 
또 자녀가 있는 부부가 이혼할 경우에는 미성년 자녀가 있는 지역에서 이혼 재판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미성년 자녀에 대한 양육 공백을 없앨 예정이다.
 
예를 들어 아내가 남편의 가정폭력을 피해 자녀들을 데리고 서울 거주지역에서 부산으로 내려가 살 경우 종전에는 서울에서만 이혼소송이 가능했으나 추진되는 개정안에 따르면 부산에서도 아이들을 돌보며 이혼소송을 할 수 있게 된다.
 
◇재한분할 민사법원과 동시 심리
 
이혼 시 재산분할 절차도 크게 바뀐다. 예컨대 남편이 아내를 상대로 가정법원에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내는 동시에 민사법원에 아내 명의로 신탁된 자신의 토지를 돌려달라고 소송을 할 경우 종전 까지는 민사법원의 재판결과를 기다렸으나 개정법안에 따르면, 가정법원은 민사법원에서 해당 사건을 이송 받아 동시에 심리해 판결을 선고하게 된다.
 
또 이혼소송에서 아내 명의로 해 놓은 재산이 아내에게 귀속되도록 재산분할이 끝난 뒤 남편이 아내를 상대로 명의신탁 해지를 주장하며 소송을 낸 경우, 그동안은 법원이 다시 심리해 판결했지만 개정법안에 따르면, 법원은 가정법원의 재산분할 판결을 이유로 남편의 청구를 기각하게 된다.
 
국제 사기결혼 피해자에 대한 보호도 강화된다. 그동안 외국인과 결혼했다가 아예 입국조차 하지 않은 경우에는 대법원이 있는 서울가정법원에서만 이혼소송을 제기해야 했기 때문에 원거리 지역 피해자들의 불편이 매우 컸다.
 
그러나 개정 법안에 따르면, 피해자가 살고 있는 지역의 지방법원에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불편을 크게 덜게 됐다.
 
미성년자나 정신적 장애인 같은 피성년후견인의 법적 능력도 개선돼 권익이 크게 신장할 것으로 보인다.
 
◇학대받는 미성년 양자, 혼자 소송 가능
 
개정법안은 미성년자나 피성년후견인처럼 민사소송을 혼자 수행할 수 없는 사람일 지라도 가족관계 가사소송사건에서는 혼자 소송을 제기하고 1심 소송행위와 항소, 항고를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가사비송사건에서도 비송능력이 인정된다.
 
이에 따르면, 양자로 들여진 미성년자나 피성년후견인이 양부모로부터 학대를 받으면서도 주위에 도와줄 사람이 없는 경우 종전에는 특별대리인을 선임해 재판상 파양을 청구해야 해 절차적으로 매우 복잡했다. 그러나 개정안은 이런 절차를 없애고 자신이 직접 재판상 파양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대법원은 이번 가사소송법 개정안이 마련됨에 따라 조속한 입법절차를 거쳐 올해 안에 국회를 통과해 시행될 수 있도록 관계 기관과 협의할 방침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가정법원이 전국으로 확대 설치됐지만 가사소송법상의 한계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어왔다"며 "이번 개정안은 그동안 제기되었던 모든 문제점과 개선사항을 검토하고 그를 반영한 것으로서 가사재판에 대한 국민의 기대, 사회의 변화·발전에 부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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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