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간통죄 위헌..처벌 필요성 국민인식 바뀌어"(종합)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 의지와 애정에 맡겨야"
합헌의견 "성적자기결정권만 주장..가정 파괴될 것"

입력 : 2015-02-26 오후 3:08:04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헌법재판소가 형법 241조 간통죄에 대해 위헌으로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간통죄는 형법 제정 6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6일 간통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결정 선고 공판에서 재판관 9명 중 7대 2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이진성, 김창종, 서기석, 조용호, 김이수, 강일원 등 7명이 위헌의견을 냈으며 이정미, 안창호 재판관은 합헌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먼저 결정문에서 "심판대상조항은 선량한 성풍속 및 일부일처제에 기초한 혼인제도를 보호하고 부부간 정조의무를 지키게 하기 위한 것으로서, 헌법상 보장되는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제한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회 구조 및 결혼과 성에 관한 국민의 의식이 변화되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다 중요시하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간통행위에 대해 이를 국가가 형벌로 다스리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해서는 이제 더 이상 국민의 인식이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또 "비록 비도덕적인 행위라 할지라도 본질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에 속하고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그다지 크지 않거나 구체적 법익에 대한 명백한 침해가 없는 경우에는 국가권력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현대 형법의 추세"라며 "이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간통죄는 폐지되고 있고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와 애정에 맡겨야지, 형벌을 통하여 타율적으로 강제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현재 간통행위가 처벌되는 비율, 간통행위에 대한 사회적 비난의 정도에 비춰보면 형사정책상 일반예방 및 특별예방의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게 되었고, 오히려 간통죄가 유책의 정도가 훨씬 큰 배우자의 이혼수단으로 활용되거나 일시 탈선한 가정주부 등을 공갈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심판대상조항은 그 수단의 적절성과 침해최소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혼인제도 및 부부 간 정조의무 보호라는 공익이 더 이상 심판대상조항을 통해 달성될 것으로 보기 어려운 반면, 심판대상조항은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 등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으므로 법익 균형성도 상실했다"며 "결국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해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다수 의견에서 위헌 의견을 낸 이진성 재판관은 보충의견을 통해 "부부 일방의 부정행위로 인한 민사·가사 문제 해결수단을 간통죄를 유지시켜 형사사건에서 찾을 것도 아니다"며 "실질적 위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간통죄를 폐지하는 한편, 간통행위로 인한 가족의 해체 사태에서 손해배상, 재산분할청구, 자녀양육, 면접 등에 관한 재판실무관행을 개선하고 배우자와 자녀를 위해 필요한 제도를 새로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정미, 안창호 재판관은 "간통은 일부일처제에 기초한 혼인이라는 사회적 제도를 훼손하고 가족공동체의 유지·보호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점에서 개인의 성적자기결정권의 보호영역에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이 재판관 등은 "배우자 있는 자의 간통 및 그에 동조한 상간자의 행위는 단순히 윤리와 도덕적 차원의 문제라고만은 볼 수 없고, 간통이 사회질서를 해치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보는 우리 사회의 법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특히 간통죄의 폐지는 '성도덕의 최소한'의 한 축을 허물어뜨림으로써 우리 사회 전반에서 성도덕 의식의 하향화를 가져오고, 우리 사회에서 성도덕의 문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파괴된 가정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간통죄를 폐지할 경우에는 혼인관계에서 오는 책임과 가정의 소중함은 뒤로 한 채 오로지 자신의 성적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자유만을 앞세워 수많은 가족공동체가 파괴되고 가정 내 약자와 어린 자녀들의 인권과 복리가 침해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같은 점을 종합하면 결국 심판대상조항은 성적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앞서 수원지법은 간통죄로 기소된 박모씨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에 대해 "과잉금지의 원칙을 벗어나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조항으로 볼만한 상당한 이유 있다"고 판단,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사진=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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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