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양도소득세 중과제도 폐지안이 입법과정에서 일부 후퇴하면서 유례를 찾기 힘든 납세자들의 소송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중과제 폐지를 3월16일부터 적용한다는 정부 발표를 믿고 거래했지만 정작 국회에서 정부안에 칼질이 가해지면서 강남3구의 경우 양도세율이 대폭 달라지기 때문이다.
정서적으로는 피해 구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법률적으로는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피해자들이 만족할만큼 구제를 받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해석이 많다.
◇ 법안 어떻게 쪼그라들었나
26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3월15일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다음날부터 시행한다는 양도세 중과 폐지안의 핵심은 2010년까지 45%, 그 후에는 다시 60% 세율로 환원되는 1가구 3주택 이상자에 대해서도 한시조항을 없애고 기본세율(6~35%)로 과세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국회에서 '부자감세'와 '투기조장' 논란에 다시 휘말리면서 절충안이 등장했다. 기본세율로 일반과세하되 투기지역에 대해선 15%의 탄력세율을 추가로 적용하는 안과 올해는 35%, 내년에는 33%의 단일세율로 하는 안이 나온 것이다.
이들 안에 대해서도 야당이 반대하자 정부와 한나라당은 탄력세율안에 2년간 한시적용 조건을 붙인 수정안을 다시 내놓으면서 이를 토대로 27일 기획재정위에서 절충을 시도할 예정이다. 탄력세율은 10%로 가닥을 잡았다.
이런 수정안대로 타결될 경우 강남3구에 대한 투기지역 해제방침은 당분간 유보될 전망이다. 탄력세율 적용 자체가 유일하게 남은 투기지역인 강남3구를 겨냥한 것이기 때문이다.
◇ 누가 피해 보나
이 절충안이 타결될 경우 정부 발표 이후 강남3구에서 3주택자 이상자가 집을 팔았을 경우 입법예고안에 비해 감면폭이 줄어들게 된다. 아울러 해당 기간에 강남3구의 매물을 사면서 3주택자 이상이 된 경우에는 앞으로 팔 때 당초 예상보다 높은 세금을 내야한다.
해당기간은 3월16일부터지만 정부안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 보도된 만큼 실제 거래가 이뤄진 기간은 기껏해야 정부 발표 이후 한 달 정도로 여겨진다.
정부 발표를 신뢰한 채 거래한 사람만 '피해자'가 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급전이 필요했던 다주택자가 피해를 봤을 개연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해당 기간에 강남3구에서 이뤄진 3주택 이상자의 거래 규모는 아직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도 실태를 알아보고 있지만 통계가 늦게 잡히기 때문에 정확한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다.
강남지역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정부 발표를 믿고 판 경우가 있다는 말은 들었다"며 "정부 발표대로 되지 않고 강남3구만 제외될 경우 집단소송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우려했다.
한 세무사는 "작년에 장기 적립식펀드에 대한 세제혜택 때도 법 통과를 전제로 발표했는데 사람들은 믿고 샀다"며 "세금 차이가 큰 사람들은 소송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발표만 믿고 거래한 경우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공인중개사는 "발표 이후 거래가 있기는 했지만 해당자는 별로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똑똑한' 납세자들이 정부 말만 믿고 움직였을 것이냐는 얘기다.
◇ 정서적으론 정부책임, 법적으론 승산 낮아
지난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에서도 피해자 구제를 묻는 질문이 잇따랐다. 민주당 김종률 의원은 "3월 16일부터 발생한 피해자 구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면서 "정부는 국민의 피해가 발생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소송으로 이어지더라도 승소 가능성을 놓고는 일반인과 법조인의 예상은 엇갈리는 모습이다. 이른바 '국민정서법'상으로는 피해에 대해 국가 책임이 있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판례로 보면 정부를 이기기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시중은행의 세무사는 "상담과정에서 믿고 거래한 사람들을 많이 봤으며 그 사람들은 소송을 할 것"이라며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 만큼 승소 확률도 높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유철형 변호사는 "신뢰보호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주장이 가능하지만 입법예고만 믿고 거래한 경우 보호해주지 않은 대법원 판례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다른 변호사는 "이번 사례는 그 당시의 세법을 놓고 따지는 행정소송에 해당하기 보다는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정부의 영역 밖인 입법부의 일이고 조세법률주의에 입각해 본다면 법률적 인과관계 성립이 어렵기 때문에 법원이 정부의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승소 여부를 떠나 소송이 잇따를 경우 정부의 정책 신뢰도가 타격을 받고 앞으로 정책 추진력도 흔들릴 전망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향후 부동산 세법의 입법예고에서 법안통과 때까지 생기는 거래 동결효과를 막고 국회의 입법권도 존중할 수 있는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