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지적장애 1급인 A씨는 염전에서 일하면서 고용주로부터 임금을 한푼도 받지 못했다. A씨의 후견인으로 지정된 이복동생 B씨가 A씨를 대리해 고용주를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있지만 복지단체 직원이 백방으로 찾아 다녀도 B씨를 찾을 수 없었다. A씨의 다른 친족은 없는 상태다. A씨를 구제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런 경우에도 A씨를 구제할 방법이 앞으로 마련된다. 법무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민사소송법 일부 개정안을 오는 15일 입법예고한다고 12일 밝혔다. 법무부가 추진 중인 '국민이 행복한 법령정비사업'의 일환으로, 고령자 또는 장애인의 소송권이 대폭 강화됐다.
개정안에는 후견인(법정대리인)이 피후견인(본인)을 위해 소송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피후견인의 권익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
대표적인 것이 일상에서 피후견인들을 직접 대면하는 복지단체나 지자체의 장도 피후견인을 위해 법원에 특별대리인 선임을 직접 신청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A씨의 경우 복지단체의 장이 직접 법원에 특별대리인 선임을 신청하고 법원에 의해 지정된 특별대리인이 고용주를 상대로 임금청구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종전에는 다른 친족을 찾거나 검사를 찾아가 법원에 특별대리인을 선임하도록 신청해야 했으나 특별대리인 신청자의 범위가 현실적으로 확대 된 것이다.
개정안은 또 법정대리인이 소송을 불성실하게 수행하는 경우에는 법원이 법정대리인을 배제하고 특별대리인을 선임해 소송을 수행하도록 했다.
A씨의 경우 B씨가 고용주와 결탁해 소송에 나오지 않거나 잠적할 때는 법원은 B씨를 고용주에 대한 소송에서 배제하고 특별대리인을 통해 소송을 수행함으로써 A씨의 권익을 보장할 수 있게 된다.
후견인의 소송행위 중 피후견인의 이익과 충돌할 수 있는 소의 취하, 화해, 청구의 포기, 인낙 등의 경우 종전에는 후견감독인의 동의를 받도록 되어 있으나 개정안은 후견감독인이 없는 경우 피후견인의 이익이 침해될 소지가 있다면 법원이 사후적으로 그 소송행위를 불허할 수 있게 했다.
이는 경제적 여건 등으로 후견감독인의 선임비율이 극히 낮은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2013년 7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성년후견인 1187명 당 후견감독인은 14명, 한정후견 136명 당 후견감독인은 단 1명으로 대부분의 경우 후견감독인이 선임되지 않았다. 후견감독인의 선임비용을 피후견인이 부담해야 했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이와 함께 소송능력인 있지만 실제 소송을 수행할 능력이 부족한 고령자나 장애인 등을 위해 진술보조제도를 도입해, 법원의 허가를 받아 법정에 의사소통을 도와 줄 사람과 함께 출석해 그의 도움을 받으면서 변론을 할 수 있도록 규정을 마련했다.
또 질병·장애·연령·언어 등의 사유로 변론능력이 없어 법원으로부터 진술금지?변호사선임명령을 받았으나 선임할 경제력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국선대리인제도를 신설했으며, 그 외 경제사정과 후견에 대한 편견 등으로 후견제도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의사무능력자들도 소송에서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의사무능력자를 위한 특별대리인 제도도 신설했다.
법무부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고령자?장애인 등 법률 서비스 사각지대에 있었던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소송에서도 마음껏 주장할 수 있게 되어 사법복지 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법무부 과천청사(사진=뉴스토마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