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 4·29 재·보권선거를 앞두고 ‘성완종 리스트’라는 꽃놀이패를 쥔 새정치민주연합이 관망조를 이어가고 있다. 오히려 초반에 당황하던 새누리당이 특별검사를 촉구하며 정면돌파로 기조를 틀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검찰에 공을 넘긴 채 대정부질문을 활용한 대여 압박에만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창과 방패의 역할이 바뀐 것이다. 특검에 유보적인 새정치연합의 태도를 놓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야당도 켕기는 것이 있기 때문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의 이같은 행보는 고도의 전략에서 나온 것이다. 새정치연합에서는 여권의 ‘양비론’ 공세와 무관하게 ‘특검 도입이 도움될 게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성완종 리스트’에 여권 실세들의 이름이 거론된 것만으로도 재·보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논쟁의 초점을 ‘권력형 비리게이트’에서 ‘특검’으로 옮겨 의혹 당사자들에게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야당이 특검을 주장하게 되면 또 ‘특검이 만능 열쇠냐’, ‘특검이 적절하냐’는 식의 본질과 동떨어진 공방이 오갈 수밖에 없다”며 “이건 새누리당의 의도대로 본질을 물타기하는 결과만 낳는다. 특검은 검찰 수사를 지켜본 뒤에 도입 여부를 판단하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우윤근 원내대표 역시 1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권력형 비리 게이트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는다면 박근혜 정권은 감당할 수 없는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며 검찰 수사 후 ‘조건부’ 상설특검 도입을 예고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성 전 회장의 생전 마지막 인터뷰로 검찰이 ‘꼬리 자르기식’ 수사에 부담감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새정치연합은 검찰을 압박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대로 특검의 최종 임명권자가 대통령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특검 수사가 야당의 바람대로 흘러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수사 결과가 미흡할 경우 그 타격이 야권으로 옮겨갈 우려도 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별건수사라는 문제도 있고, 검찰이 소화 불가능한 수준으로 의혹이 확산돼 검찰에는 기존처럼 자원외교 수사를 맡기고, 성완종 리스트 건은 특검에 맡기는 게 옳다”며 “하지만 지난해 처리된 상설특검법이 기존 특검보다 못해 차라리 검찰이 철저히 수사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게 전략적으로 옳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박 교수는 “지금처럼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뚜렷한 입장을 정하지 못 하고 좌고우면하는 것은 이 사건에 대처하는 방식이나 원칙, 정치적 비전이 없다는 것”이라며 “지금 같은 상황은 야당이 특검을 주장하면 여당이 따라가는 구조가 돼야 하는데, 지도부가 머뭇거리면서 타이밍을 놓쳤다”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