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력구제금지의 원칙을 내세워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에 수사·기소권 부여를 반대했던 새누리당이 '성완종 게이트'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을 놓고는 자력구제를 인정하는 이율배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26일 새정치민주연합이 요구하고 있는 ‘별도 특검’에 대해 “국회 상설특검법(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한 특검은 언제든지 받아들일 태세가 돼있다. 단, 이를 갖고 특별법을 만드는 것은 자가당착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지도부 차원에서도 새누리당은 상설특검법이 지난해 여야 합의로 처리된 법안임을 내세워 특별법을 통한 별도의 특검은 불가하다고 선을 그어왔다.
하지만, 성완종 리스트에 언급된 8명을 상설특검을 통해 수사하는 것은 엄격한 의미에서 새누리당이 주장해온 자력구제금지에 위배된다.
희생자 유가족들이 추천한 조사위원들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는 것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직접 처벌하는 셈이 돼 자력구제에 해당한다는 것이 세월호 특별법 국면에서 새누리당의 논리였다. 자력구제는 사전적으로 ‘법률상의 절차에 의하지 않고 자기의 힘으로 권리 내용을 실현하는 일’을 뜻하지만, 당시 새누리당은 광의적 의미로 확대해 해석했었다.
같은 관점에서 사실상 여당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 특검이 여당 의원들을 수사하는 것은 ‘피의자가 피해자를 수사하는’ 자력구제가 된다.
상설특검법상 특검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장, 국회 추천 4명 등 7명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법무부 차관과 법원행정처 차장이 대통령 임명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여당 추천위원까지 합할 경우 추천위 내 여당 측 인사가 과반이 된다. 결국 상설특검법에 따르면, 여당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특검이 여당 인사들을 수사하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의 기존 논리대로라면 성완종 게이트에 대한 특검 임명에는 정부와 여당의 입김이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세월호 특별법 때에는 피해자가 명확했기 때문에 이번 사안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기 어렵다”면서도 “다만 사건의 이해당사자가 수사에 직접 개입한다는 문제는 같다. 새누리당에서 상설특검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건 세월호 특별법 협상 때 자신들의 논리가 잘못됐었다는 걸 자인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김지영 기자(jiyeong8506@etomato.com)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얼굴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