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별도의 원전 사업계획을 이미 마련해놓고 국회에는 다른 내용의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보고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9일 국회에 제출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추진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원전 신규설비 반영 시 에너지기본계획이 정한 35년 원전 비중(29%)과 2029년까지 전력수요, 예비율, 사업자 의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또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신규물량으로 도출된 1500㎿ 원전 4기 반영을 유보할 방침이다.
하지만 산업위 소속 백재현(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은 2013년 5월과 9월, 2014년 3월 등 세 차례에 걸쳐 원전 예정부지로 의혹이 일고 있는 경북 영덕군에 대한 감정평가를 실시했다. 또 문재도 산업부 차관은 지난 1월 영덕군을 방문해 원전 건설을 전제로 영덕군이 요구한 11개 지역발전사업에 대해 지원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2월에는 영덕군 석리, 노물리, 매정리, 경정리에 신규 원전이 건설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사실상 영덕원전 유치를 전제로 한 토지보상 사전대비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결국 정부가 이미 확정해 추진 중인 사업을 국회에는 ‘유보한다’고 보고했다는 것이 백 의원측의 설명이다.
더욱이 지역사회 내에서는 원전 유치에 대한 반발여론과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공존하면서 주민들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사업 유보 여부를 둘러싼 정부의 애매한 태도가 지역의 혼란만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백 의원은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에 있어서 전력수요전망, 발전설비계획을 정교하게 구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이에 못지않게 대외 신뢰의 문제도 중요하다”며 “계획 수립이 늦어지고 제출안과 다른 보도들이 이어질 경우 산업부 및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할 뿐 아니라 정부안을 따로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산정된 발전원가에 안전설비 투자비용, 방사성폐기물 관리비용 등 사회적 비용이 반영되지 않은 것도 문제로 거론된다. 특히 방사성폐기물 관리비용은 원자로 종류에 따라 약 1조2000억원에서 2조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데 전력수급계획 발전원가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백 의원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자력발전에 대한 수용성은 낮아지고 있음에도 정부의 전력수급정책은 원전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그렇다면 원자력발전을 이용하는 것이 경제적이고 지속 가능한 발전방식인지 검토하는 차원에서도 외부비용을 고려한 원자력발전의 실제 비용을 추산하고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고리원전1호기폐쇄 부산범시민운동본부를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22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7차 전력수급계획안에 고리1호기를 제외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자료사진)./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