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u)잘못된 잔소리, 우리 아이 장래 망친다

자녀들 스트레스1위…'습관적' 가장 위험해
'부모와의 대화' 자체 거부·무시…소통 차단

입력 : 2015-05-12 오전 6:00:00
"공부 안 하니?", "내가 알아서 할 거야.", "숙제는 다 했니?", "알아서 한다고. 간섭 좀 하지마", "너 벌써 중3이야 그렇게 놀고 공부는 도대체 언재 할래?", "아 몰라! 지금 하려고 했는데 엄마 잔소리 때문에 하기 싫어졌어.", "언니는 안 그러는데 너는 왜 그렇게 속을 썩이니.", "쾅"
 
청소년기 자녀가 있는 우리나라 어느 가정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엄마가 공부 이야기를 꺼내자 중학교 3학년인 딸은 바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모범생 언니와 비교까지 하자 자기 방문을 닫고 아예 들어가 버린다. 딸도 엄마도 도대체 대화가 되질 않는다. 엄마는 답답함을 넘어 서로에게 서운하기까지 하다.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가장 많은 잔소리를 하는 시기는 자녀들의 청소년기다. 물론 잘 되라는 사랑의 충고와 애정어린 지도지만 무분별하거나 정도를 넘어설 때는 자녀들에게는 심각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잔소리가 이성적 사고 멈춰
 
미국 신경과학 전문 연구지 '사회적 인지 및 감정 신경과학'(Social Cognitive and Affective Neuroscience) 최근호는 부모의 잔소리가 자녀의 이성적 사고를 멈추게 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피츠버그의대와 UC버클리, 하버드대 등 공동 연구팀이 평균연령 14세의 청소년 32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 결과다.
 
실험팀은 청소년들에게 어머니의 잔소리를 녹음한 음성을 30초 정도 들려주고 뇌의 활성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부정적 감정을 처리하는 대뇌변연계 등의 활성도가 높아지는 한편 감정조절을 하는 전두엽 등과 상대방의 관점을 이해하는 역할을 하는 측두엽 등의 활성도는 떨어졌다.
 
연구팀은 이같은 결과에 대해 일단 부모의 잔소리가 시작되면 청소년의 뇌는 부정적 감정만 인식한 채 부모의 의도를 이해하는 활동을 스스로 차단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가장 큰 원인도 '부모의 일방적인 잔소리'나 '대화가 통화지 않을 때'로 조사 됐다.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느끼는 영역은 '학업'이었다.
 
가장 큰 스트레스 ‘부모 잔소리’

입시 전문가 그룹 진학사(대표 신원근)가 최근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학생회원 480명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원인을 조사한 결과 60%가 넘는 학생들이 '부모님에게 일방적으로 잔소리를 들을 때'(34%), '부모님과 대화나 소통이 안될 때'(34%)를 꼽았다. 또 학생들 62%가 '학업' 때문에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결국 학업에 대한 부모님의 잔소리가 학생들에게는 가장 큰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인 셈이다.
잔소리도 여러 유형이 있다. 우리나라 영재교육분야의 대표적인 석학인 송인섭 숙명여대 명예교수(진학사 부설 청소년교육연구소 학습힐링아카데미 원장)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총 12가지나 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충고형'과 '습관형', '체벌형'이다.
 
'충고형'은 다른 사람과 자녀를 비교하는 잔소리 형태다. '누구는 공부를 잘하는데 너는 왜 이 모양이냐.', '너를 보면 너무나 꼴불견이다. 주위에는 너처럼 공부하는 애는 거의 없다.' 라는 식이다. 자녀로 하여금 절망하게 하는 잔소리이다.
 
'습관형 잔소리' 대화 차단
 
'습관형'은 특별한 내용도 없이 자녀만 보면 그냥 나오는 잔소리다. '네가 또 그랬지.', '너 또 학교에서 말썽 피웠지.', '너는 왜 이러니.' 등의 말을 무의식중에 하는 것을 말한다. 이 유형은 자녀들이 부모가 대화를 시도해도 '또 잔소리'라고 생각해 아예 대화 자체를 차단하게 만든다. 부모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잔소리 유형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체벌형’은 실제로 자녀를 벌주는 것이 아니지만 언어로서 같은 강도로 정신적 압박감을 주는 잔소리다. “우리가 먹고 싶은 것 못 먹고 하고 싶은 것 못하는 게 다 네 학원비 때문이다"라는 등의 흔한 잔소리가 여기에 속한다. 이 경우 자녀들은 오히려 학원에서 공부 보다는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 송 교수의 지적이다.
 
송 교수는 최근 개최한 자기주도학습 특강에서 "아이들은 부모(특히 엄마) 이야기의 99%가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엄마들이 꼭 공부에 대한 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학교를 다녀오면 '밥 먹었느냐', '옷 갈아입어라'는 얘기들도 하지만 아이들은 이를 '밥 먹고 공부해라', '옷 갈아입고 공부해라'로 듣는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이어 "부모들은 '잔소리 셀프 다이어리'를 반드시 써 봐야 한다"며 "잔소리 하려고 할 때 바로 다이어리에 쓰고 한 달이 되어보면 자신의 잔소리가 같은 내용의 반복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녀들, 부모가 스트레스 푼다고 이해
 
청소년기 자녀들의 이같은 왜곡된 이해는 성적에 대한 부모의 반응이 너무 직접적이거나 심지어는 감정적이고 그것이 그대로 잔소리를 통해 전달되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즉 부모가 스트레스를 자신에 대한 잔소리를 통해 푸는 것으로 이해하고 무조건적인 거부감을 가지거나 무시하는 방법으로 차단한다는 것이다.
 
청소년기 자녀들의 이같은 반응은 앞서 소개한 신경과학 전문 연구지 ‘사회적 인지 및 감정 신경과학’에서 발표된 연구결과와 상당부분 일치하고 있다.
 
진학사 청소년교육연구소는 “부모가 자녀의 성적 등에 큰 스트레스를 받고 이를 자녀에게 자주 표현하는 등 스트레스에 취약한 모습을 보일 때 자녀 역시 그 영향을 받아 스트레스 대처능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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