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정유회사 하베스트를 무리하게 인수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는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수사가 장기화 될 조짐이다.
2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임관혁)에 따르면 강 전 사장은 지난 1일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배임 혐의에 대해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인수 절차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 전 사장은 16시간 가까운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강 전 사장이 진술한 내용을 분석한 뒤 석유공사, 지식경제부 등 다른 참고인 조사를 진행한 후 강 전 사장을 재소환할 예정이다.
감사원 감사 결과 석유공사는 지난 2009년 하베스트의 정유 부문 계열사 날(NARL)을 최소 3133억원이 비싼 1조3700억원에 인수했지만, 이후 2014년 8월 미국 투자은행에 1000억원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실제로는 330억원 회수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하베스트는 석유공사에 정유 부문 계열사를 함께 인수할 것을 요구했지만, 이에 앞서 석유공사는 하베스트 매각 정보를 듣고 먼저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구나 당시 석유공사는 또 투자 대상으로 퍼시픽 루비알레스 인수를 동시에 추진했음에도, 하베스트의 요구대로 계열사를 포함한 인수를 강행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강 전 사장은 사업성 검토, 의사회 승인 절차 등에서 하자가 없었고, 회사에 손해가 날 줄 예상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강 전 사장이 2008년 공기업 기관장 경영 평가 결과 C등급을 받았지만, 하베스트 인수 이후 A등급을 받았던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관장 평가 주체인 지식경제부 관계자 조사는 물론 당시 장관직을 수행했던 최경환 경제부총리에 대한 소환도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최경환 부총리를 상대로 조사가 필요할지에 대해 아직 판단하지 않은 상태"라며 "보완 조사를 진행하고, 소환을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2일 박재천 코스틸 회장과 이모 유영E&L 대표를 구속 기소했다.
박 회장은 포스코로부터 코스틸의 주요 생산품인 연강선재의 원자재를 싸게 납품받은 뒤 회계 장부에 가격과 수량을 부풀려 기재한 방법으로 회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전정도 세화엠피 회장과 함께 포스코플랜텍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이란석유공사로부터 석유플랜트 공사대금으로 받은 922억원 가운데 660억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횡령한 금액 중 172억원 정도가 국내로 들어와 세화엠피의 운영 자금, 대출 변제 등으로 사용되고, 나머지 490억원 정도가 이란에서 세화엠피, 유영E&L의 현지 사업 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해외 부실 정유사 인수로 1조원대의 국고 손실을 초래한(업무상 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뒤 2일 새벽 서울 서초동 중앙지방검찰청을 나서 귀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