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투모로우)문송천 교수 “이공계의 태생적 한계 봉착…인문계로 풀어내야”

SW, 공학보다 법학과 철학에 더 가까워

입력 : 2015-06-04 오전 6:00:00
◇문송천 교수는 “현재 IT업계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문제는 이공계 출신의 태생적 한계다. 이는 인문계 출신의 역량으로 풀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프트웨어(SW)는 공학보다 법학과 철학에 더 가깝다. 소프트웨어는 법과 논리의 세계다. 사고방식에 따라 이과보다 문과 출신이 더 잘할 수밖에 없다. 현재 IT업계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문제는 이공계 출신의 태생적 한계다. 이는 인문계 출신의 역량으로 풀어내야 한다.”
 
‘한국 전산학(컴퓨터공학) 박사 1호’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프로그래밍을 시작한 문송천 카이스타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을 잘하려면 수학과 물리 등 이론적인 기초보다는 논리력 및 법칙의 순서를 잘 지키는 꼼꼼함을 갖춰야 한다. 이는 대학부터 이러한 사고방식을 훈련한 인문계 출신들이 더 잘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교수에 따르면 소프트웨어는 설계와 구현으로 나뉜다. 무엇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이 설계라면 설계에 맞게 개발해내는 것이 구현이다. 문 교수는 설계가 80%, 구현이 20%의 중요도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설계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력으로 풀어내는 것을 말한다. 이 부분은 이공계 출신보다는 인문학적 지식을 배경으로 상상력이 풍부한 인문계가 더 뛰어난 역량을 펼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교수는 최근 IT 업계가 이공계 출신의 태생적 한계 때문에 잘못된 길을 걷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언론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는 ‘빅데이터’ 부분에 고질적인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빅데이터라고 많이 떠들고 있는데 그 안을 들여다보면 가치가 없는 데이터가 60%는 넘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이유는 설계 부분부터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란 범람하는 정보 속에서 핵심적인 데이터를 도출하는 것인데, 설계도도 없이 도출된 결과가 부지기수로 많다. 가치가 없는 데이터는 걸러내야 하는데, 설계에 문제가 있으니 걸러내지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교수는 이공계 출신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IT업계에 ‘설계’를 경시하는 문화가 한계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 교수는 “이공계는 프로젝트를 맡으면 시간 안에 끝내기 바쁘다. 정확한 답을 찾기 보다 결과를 만들어내고 답을 짜 맞추는 형식이다”라며 “이는 IT업계가 갖고 있는 불편한 진실”이라고 지적했다.
 
빅데이터 분야를 포함한 IT업계가 더 성장하려면 인문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한 상상력과 인간에 대한 성찰을 훈련한 인문계 출신이 인재들이 투입돼야 한다는 게 문 교수의 설명이다. 현 IT업계 설계부분에서 보인 한계를 인문계 출신들로 풀어내야한다는 주장이다. 
 
문 교수는 “취업난이 극심한 인문계 학생들이 IT 혹은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교육과정을 거치면서 공학과 인문학을 ‘융합’한 인재로 거듭난다면 취업난도 해소되고 IT산업도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인문계 출신 학생이 공학과 관련된 교육과정을 거치려면 다양한 사회적비용이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문 교수는 인문대에 소프트웨어 연계 전공을 개설하는 대안을 제안했다. ‘철학정보학과’, ‘법학정보학과’와 같은 방식으로 새로운 학과를 만들어서 두 가지 학문을 절반씩 배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는 “일부 교수들이 반발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이사장이나 총장이 뚝심 있게 결정해야 한다. 교육부는 취업률 갖고 대학을 평가하는 엉뚱한 ‘대학개혁’ 대신 시대의 흐름에 맞는 교과과정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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