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3일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지분 고가 매수 의혹과 관련해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압수수색한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고가 매입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당시 관련자들을 줄소환하면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전날부터 이틀 동안 산업은행 본점 M&A실, 미래에셋자산운용사, 포스코 M&A 관계자들을 소환해 조사했다고 4일 밝혔다.
앞서 검찰은 포스코플랜텍의 공사대금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달 29일 구속된 전정도 세화엠피 회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번 의혹을 포착하고, 3일 산업은행, 미래에셋, 포스코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수사에 착수했다.
산업은행과 미래에셋은 포스코 수사가 시작된 시점부터 로펌에 사건과 관련한 자문을 구하는 등 수사에 미리 대비를 하고 있었다는 증거가 이번 압수수색에서 드러났다.
우선 검찰은 소환된 관계자들을 참고인으로 조사하고, 이후에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서 범죄 혐의가 확인되면 책임 소재를 판단해서 입건할 예정이다.
전 회장 역시 이번 수사의 피의자이다. 성진지오텍 주식의 고가 인수 의혹이 포스코의 배임으로 확인되면 공범으로서 가담한 혐의를 받게 된다.
검찰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성진지오텍에 대출을 해주면서 투자 목적으로 성진지오텍으로부터 신주인수권을 매입한 후 다시 산업은행이 전 회장에게 신주인수권을 매각했다.
그로부터 일주일쯤 뒤에 포스코는 미래에셋펀드의 794만5110주, 전 회장의 440만주를 합한 성진지오텍의 지분 총 1234만5110주를 1593억원에 매입했다.
당시 성진지오텍은 2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부채비율이 1600%가 넘는 상황이었던 것은 물론 포스코가 인수한 지분의 가격은 시장 가격보다 40% 이상 높은 1만2900원으로 고가 매입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전 회장의 보유 지분이 경영권 프리미엄이라고 반박하고 있지만, 검찰은 이를 인정하더라도 여러 객관적 기준에 비춰 볼 때 가격 차이가 크게 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번 포스코의 고가 매입에 제기된 의혹을 먼저 수사한 이후에 포스코건설 비자금 수사를 이어 나갈 방침이다. 또 성진지오텍 매각 당시 정권실세나 정준양 전 포스코그룹 회장이 관여했는지도 살펴볼 예정이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 배종혁)는 대기업 건설사 수주 비리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건설폐기물 처리업체 H사와 분양 대행업체 I사에 대한 압수물을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2일 이들 업체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기 이전 상당 부분의 자금을 추적했으며, 현재 압수한 회계자료들과 추적 결과가 일치하는지 확인 중이다.
또한 이들 업체의 혐의를 도운 것으로 의심되는 다른 협력업체를 조사한 이후에는 각각 대표와 관계자를 소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