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사개위, 특성화법원 도입 건의하기로

특정사건 전문법관 필요…형사전문법관제도 추진

입력 : 2015-06-18 오후 10:11:42
#서울 평창동에 사는 A씨는 주식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입었다. A씨는 증권사 직원의 불법 임의매매 때문에 손해가 발생했다며 민사소송법상 관할규정에 따라 주소지 관할 법원인 서울북부지법에 증권사와 직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그러나 서울북부지법은 지역 특성상 증권사건이 거의 접수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문성을 갖춘 법관과 재판부가 없었다. 1심에서 패소한 A씨는 재판부의 전문성에 의구심을 갖고 항소했다. 항소심인 서울고법에서 A씨는 증권사건을 많이 다룬 재판부로부터 패소판결을 받았다. 1심과 같은 결과였지만 자신이 왜 패소했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법원에 대한 불신은 더 커졌다. 그만큼의 시간과 소송비용이 추가로 들었기 때문이다. 항소심만큼 1심에서 전문적인 법관들로부터 재판을 받았다면 항소는 안 했을 것이다.
 
국제거래나 증권, 언론, 해사 사건 등 특정사건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특성화법원 제도가 도입될 전망이다.
 
대법원 사실심 충실화 사법제도개선위원회(위원장 이기수)는 18일 대법원 404호 회의실에서 6차 회의를 열고 전문분야 사건을 집중 처리하는 특성화법원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데 뜻을 모았다.
 
국제거래나 증권, 언론, 해사 사건 등 특정사건은 법원의 전문성과 효율적인 분쟁해결이 요구되는 만큼 지역 관할에 관계 없이 특정 법원에 사건처리를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특성화법원이 도입되면 A씨는 증권사건을 많이 다뤄 전문성을 갖춘 서울남부지법에서 곧바로 1심 재판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사건에 맞는 전문 법관이나 재판부를 국민이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특성화법원에 복수의 전문재판부를 설치하고 소속법관의 사무분담을 점차 장기화함으로써 법원과 법관의 고도의 전문화를 촉진하고 궁극적으로는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할 수 있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위원회는 이와 함께 형사전문법관 제도 도입도 논의했다. 형사사건이 갈수록 복잡?다양해지고 디지털증거 등 새로운 증거방법이 등장하면서 전문적인 수준의 재판역량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형사전문법관 제도 도입과 관련해서는 지난해부터 검찰을 중심으로 필요성이 제기된 공안 전문 재판부 도입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주목된다.
 
형사전문법관 제도를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인사이동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사무분담을 장기화하고 연수 등을 통해 법관들이 형사재판 업무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 노하우를 쌓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다만 내외부의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 등을 거쳐 예상되는 여러 문제점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적절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소송비용 산입 변호사보수 현실화방안'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현행 '변호사 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에 관한 대법원규칙'은 1000만원 이하 소송 변호사 비용 보전액을 8%로 정하고 있다. 1000만원짜리 소송을 이겨도 80만원에 불과하다.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위원회는 소송비용에 산입되는 변호사보수 비율을 상향 조정하고 변호사보수 산입표에 따른 금액과 실제 지출 변호사보수 금액 비율, 변론기일 진행 횟수, 서면제출 횟수 등을 고려해 현실화 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위원회는 이와 함께 간접강제와 간접강제금을 현실화 함으로써 빚을 갚지 않고 있는 채무자에 대한 실효성을 높이는 방법도 논의했다.
 
위원회난 이날 논의된 사안들을 다음달 9일 열리는 7차 회의에서 건의문 형태로 최종 의결해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위원회 논의와 건의를 토대로 민사소송법, 민사소송규칙 등 관련 법령 개정 입법추진을 비롯해 실무 운영방식 개선 등 사실심 충실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다각도로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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