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북에 있는 친지나 지인의 탈북을 돕거나 부친의 유골을 회수하기 위해 탈북자의 밀입북을 도와준 행위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탈북자의 밀입북을 도와준 혐의(국가보안법상 편의제공)로 기소된 허모(52)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밀입북을 도와준 탈북자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불만을 가지고 남한생활에 환멸을 느낀 나머지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 거주하기 위해 밀입북했다거나 달리 북한 독재체제에 동조했다고 볼 아무 자료가 없는 이상 친지나 지인 등의 탈북을 도와주고 대가를 받기 위해 밀입북한 행위를 두고 그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이 있는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피고인의 도움으로 밀입북한 탈북자의 행위가 국가보안법상 잠입·탈출죄에 해당함을 전제로 공소가 제기된 피고인의 편의제공행위 또한 국가보안법상 편의제공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며 "같은 취지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함경북도 출신인 김씨는 2006년 9월 탈북한 뒤 태국을 경유해 2007년 2월 귀순했는데 자신 보다 1년 정도 늦게 귀순한 같은 고향 출신 김모씨를 우리나라에서 만나 가깝게 지냈다.
그러던 중 허씨는 2011년 7월 김씨에게 친구와 지인의 가족을 탈북시켜주고 고향에 묻힌 부친의 유골을 가져다 주면 돈을 주겠다고 부탁 했고 김씨가 이를 승낙하자 중국까지 동행한 뒤 김씨를 밀입북하도록 도와줬다.
이후 허씨와 김씨는 목표를 이뤘으나 우리 공안당국에 적발돼 국가보안법 위반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각각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씩을 선고받았다.
이에 허씨가 불복해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피고인 김씨의 밀입북 행위 등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그를 도운 피고인 허씨의 행위는 국가보안법상 편의제공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사가 상고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