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접촉성 피부염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1년간 한약만 복용해 체질을 개선하면 완치될 것이라며 한약만 처방하고 황달 등 간 이상 증세가 나타났음에도 계속 한약을 처방하다가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한의사에게 수억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 간 기능 상실 등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숨진 박모씨(당시 20세·여)의 부모가 한의사 김모(63·여)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2억 60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의사는 긴급한 경우나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약품을 투여하기 전에 환자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과 필요성, 예상되는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성과 부작용 등 환자의 의사결정을 위해 중요한 사항을 설명함으로써 환자가 투약에 응할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진찰·치료 등 의료행위를 할 때는 환자의 구체적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하고,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하거나 그러한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신속히 전문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다른 병원으로의 전원조치 등을 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원심이 이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은 피고의 과실을 모두 인정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은 정당하다"며 "환자 스스로 다른 병원을 선택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피고의 책임을 80%로 제한한 것 역시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김씨는 접촉성 피부염으로 치료를 받아온 박씨를 진료한 뒤 '소화기 장애로 인한 면역체계 이상'으로 진단을 내리면서 양방 치료 및 양약 복용을 중단하고 1년간 한약을 복용하면 피해자의 체질이 개선되어 완치될 것이라고 권유했다.
박씨는 김씨의 말대로 양약 복양을 중단하고 김씨의 처방에 따라 2개월 동안 한약을 복용했으나 고열 및 두통과 함께 황달 증세가 발생했고 김씨는 변비로 인한 독성 때문이라며 성분만을 약간 변경한 한약을 계속 처분했다.
그러나 증세가 심해진 박씨는 대학병원 응급실로 후송돼 간 중 80 ~ 90%가 이미 기능을 상실하는 등 매우 심각한 간기능 손상이 발생했다는 진단을 받고 급히 간이식 등 수술을 받았으나 결국 숨졌다.
이에 박씨의 부모는 김씨의 의료과실로 딸이 사망했다며 소송을 냈고 1, 2심 재판부는 김씨의 과실을 인정해 총 2억6000여만원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김씨가 상고했다.
◇대법원(사진=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