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총회를 통한 재신임 결정에도 당 일각에서 유승민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요구가 계속되면서 거부권 정국의 긴장감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29일 오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하고 당내 최대 현안인 당청갈등과 유승민 원내대표 거취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특별한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김무성 대표는 약 2시간 30분여에 걸친 최고위원회의 후 “책임론과 관련해서 최고위원 모두가 각자 의견을 충분히 이야기했고, 유 원내대표가 잘 경청했고 ‘고민을 하겠다’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끝냈다”고 설명했다.
또 “이 문제를 최고위원 내에서 끝낼 일인지, 의원총회에서 끝낼 일인지에 대해 조금 이견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당은 오전에도 평택에서 현장최고위원회의를 가졌지만 메르스 피해 지역이라는 점과 제2연평해전 추모 분위기를 감안, 김무성 대표가 자제를 당부하며 원내대표 거취에 대한 날선 공방은 오후 최고위로 잠시 유예한 바 있다.
다만,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협상 당시부터 유 원내대표의 협상 능력에 문제를 제기해온 김태호 최고위원은 "가슴 아픈 이야기지만 당청 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큰 원인이 된 원내대표가 용단을 내려야 한다"며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공식 요구했다.
친박(박근혜)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오후 최고위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원내대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기원한다고 했다. 지금이 박근혜 정부를 성공시킬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의 하나이기 때문에 원내대표의 대승적 결단이 있지 않겠느냐 생각한다"며 의중을 드러냈다.
유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 참석 직전까지 거듭되는 거취 관련 질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으로 일과하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앞서 유 원내대표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안)이 행사된 지난 25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대통령의 뜻을 존중해 국회법 개정안은 본회의에 부의시키지 않는 형태로 자동폐기 시키기로 했다. 아울러 원내대표직 사퇴를 요구하는 당 일각의 목소리에 “더 잘하라는 채찍질로 생각한다”며 사태를 일단락 시킨 바 있다.
그러나 주말 사이 친박계 의원들의 회동과 최고위원직 사퇴 등 단체행동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원내대표 거취 문제는 현재진행형으로 남아있었고 이날 최고위원회의까지 소집되기에 이르렀다.
당내 의원들은 기존 의원모임이나 선수별 모임 등을 통해 의견을 나누는 방식으로 당내 상황을 예민하게 주시하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재선 의원 20명은 성명을 내고 "(당의) 일부가 의총 결과를 무색하게 하며 원내대표 사퇴를 주장해 당내 분란이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최고위원회가 의원들의 총의를 묻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원내대표 거취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며 유 원내대표 비호에 나서기도 했다.
초·재선 의원모임인 아침소리는 국정운영 차질 및 대야 협상의 어려움 등 청와대와 당이 직면한 상황을 고루 인정하며 “갈등 사태의 원인은 주로 당청 간에 소통 부족에서 기인했다고 보인다”며 내분 수습을 위해 당 지도부가 청와대와의 대화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