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정보를 계획적으로 흘린 뒤 투자를 하면 대신 주식 거래를 해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속여 20억원 상당을 받아 가로챈 전 증권사 간부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김동아)는 특경가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박모(47) 전 K증권사 부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또 배상신청인 하모씨에게 합의된 손해배상금 11억21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박씨는 20년 넘게 증권업에 종사한 전문가로 자신을 신뢰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일반인은 쉽게 매수할 수 없는 비상장사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거나 회사의 주가가 상승할 것이니 투자하라는 취지의 구체적인 거짓말을 반복해 돈을 받아 가로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박씨는 피해자들에게 고지된 용도대로 돈을 쓴 적이 전혀 없고 대부분은 기존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나머지는 극도로 위험한 선물옵션에 투자해 모두 소비했다"면서 "장기간에 걸쳐 5명의 피해자로부터 합계 20억원이 넘는 거액을 반복적으로 편취했다는 점에서 박씨의 죄질은 극히 나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씨가 현재 부담하고 있는 채무가 어림잡아 50억원에 이르는 점 등을 고려하면 현재까지 회복되지 않은 피해는 대부분 현실적인 피해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K증권사 기업금융부 부장으로 근무하던 박씨는 업무와 관계없이 개인적으로 지인들에게서 자금을 융통받아 투자를 했지만 거듭된 손실을 보게 되면서 개인채무가 40억원에 이르렀다.
결국 박씨는 사설 투자자문사로 불리는 '부티크'에서 확보한 회사의 주식 등을 매수해주겠다며 매수대금을 가로채기로 결심하고 2011년 4월경부터 지난해 11월경까지 5명의 피해자들에게 총 20억원 상당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박씨는 이들에게 "비상장사인 S중공업 주식 물량을 확보했으니 주식 매수자금을 송금 해주면 대신 주식을 매수하겠다"거나 "(N사의 기업소개서를 보여주며) 최근 코스닥에 상장된 회사로 성장 가능성이 아주 크니 투자 자금을 대주면 미리 주식을 매수했다가 높은 가격에 주식을 매도해 원금과 수익금은 물론 앞서 빌린 돈까지 모두 틀림없이 지급하겠다"며 주식투자를 권유했다.
그러나 박씨는 이들로부터 건네 받은 돈 대부분을 자신의 빚을 갚거나 생활비로 사용했고 그간 입은 투자 손실을 만회하려고 선물옵션에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박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서울중앙지방법원. 사진 / 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