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메르스 사태 때문에 미뤄뒀던 대북 사업에 대한 포괄적인 안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지난 4일 오전 10시 광주광역시 동구청 6층 강당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메르스 때문에 발표하지 못한 대북 포괄적 제안을 조만간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평양은 서울 다음으로 오래된 역사도시"라며 "평양성과 한양도성을 함께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한다든지 하는 여러 가지 제안을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이 서울시장 취임시 경평 축구대회나 서울시향 평양 협연 추진 등을 언급한 바 있지만 취임 1년이 넘으면서 공개적으로 대북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추진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메르스 리더십'으로 주목을 받은 박 시장이 대북사업 등 활동범위를 본격적으로 넓혀 전개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물론 중앙정부의 대북관계가 뚫려야 실현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조만간 내용을 정리해 발표하겠다"며 대북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했다.
박 시장의 이 같은 발언은 강연회에 참석한 방청객 중 한명이 문화예술분야에서 북한과 교류할 계획은 없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나온 것이다. 박 시장은 이날 남도전통문화연구소가 주최한 고 한창기 선생 추모강연회에서 ‘한창기란 사람은 누구인가?’는 주제로 강연했다. 한창기 선생은 ‘뿌리깊은 나무’와 ‘샘이 깊은 물’ 잡지 발행인으로 박 시장이 변호사 시절 그의 법률고문을 맡으며 가까워졌고 유언집행인까지 맡은 인연이 있다.
박 시장이 구상하고 있는 대북사업은 우선 남북 문화 교류산업부터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취임시 밝힌 경평 축구대회, 서울시향 평양협연에 이어 평양 유적 복원과 유네스코 등재 협력 추진 등이 가능성이 큰 사업들이다.
박 시장은 또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개성공단을 모델로 (북한) 남포공단 내 서울공단을 설치해 서울, 평양 경제의 새 기로를 열겠다”고 밝힌 바 있어 경제교류도 곧 이어 추진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중앙정부에 5·24조치 대북제재 해제를 건의하는 한편 남북교류의 재개에 대비해 경제교류와 역사도시 공동연구, 스포츠·문화 교류, 인도적 지원, 분단 70주년 기념 범시민적 행사를 준비 중이다.
한편, 지난 5월29일 통일부와 통일준비위원회가 준비한 '통일박람회 2015' 행사에서 서울시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미래, 서울시가 함께 합니다' 부스를 운영하며 시의 남북교류협력사업과 경평축구, 광복70주년 기념사업 등을 홍보하기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4일 오전 광주 동구청 6층 대회의실에서 '도대체 한창기란 사람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