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박근혜 대통령의 '양두구육'

입력 : 2015-07-15 오전 6:00:00
'특사의 계절'이다. 그야말로 절묘한 타이밍이다.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들 삶에 어려움이 많은데 국가발전과 국민 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사면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면에는 일반사면과 특별사면이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이 한 말을 곱씹어 보면 경제인을 염두에 둔 특별사면을 의도하고 있음이 엿보인다. 광복 70주년과 자긍심 고취를 함께 언급했지만 '양두구육'(양 머리를 걸어 놓고 개고기를 팔다)이라는 느낌이다.
 
박 대통령이 집권한 뒤 사면은 단 한번 뿐이었다. 지난해 1월 설을 앞두고 단행한 서민 생계형사범 사면이다. 박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중대 범죄를 저지른 재벌에 대한 사면권 행사를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러고 보면 박 대통령은 공약을 잘 지키는 '착한 대통령'인 것 같다.
 
그러나 이미 여러 차례 반대되는 시도가 있었다. 다만, 좌절됐을 뿐이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법무부장관 시절 불씨를 꺼내놓은 것을 최경환 부총리와 여당이 열심히 군불을 땠지만 사면은 없었다. 대통령의사면은 곧 재벌 사면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변변한 경제활성화 정책 하나 내놓지 못한 박 대통령으로서는 돈 버는 재주가 남다른 '회장님들'에 대한 특사가 간절했다. 그러나 벌떼 같은 반대여론에 입맛만 다셔야했다.
 
최근 '성완종 사건'에서 참여정부의 특사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박 대통령은 "경제인 특별사면은 납득할 만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며 작심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많은 문제가 제기 된 특사에 대한 개선책 마련을 지시했다. 그런 박 대통령이 국민과 대통합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특사를 정면으로 언급했다. 완벽한 모순이다.
 
아직 특사 대상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재계는 벌써부터 요동치고 있다. 누구는 특사에 포함됐고 누구는 빠졌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재벌들에 대한 특사는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박 대통령 말대로 경제인 특별사면은 납득할 만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그런 합의가 과연 있었는지 의문이다. 국민 대통합을 위해서라는 논리도 견강부회다. 더욱이 법무부 등 관련 부처에서는 특사 개선책을 아직 연구 중이다.
 
그나마 개선책이 마련돼 법령으로 공포되려면 이 정부가 끝날 때쯤에나 가능할 것이다. 그때까지 박 대통령은 특사라는 통치권을마음껏 누릴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지금 스스로의 특사권 행사에 특혜를 주려하고 있다.
 
 
 
최기철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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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