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경영난 이유로 근로자 일방에 불리한 인사 변경은 무효"

"사실상 강등·감봉"…근로자들 호텔롯데 상대 승소확정

입력 : 2015-08-26 오후 12:00:00
계속되는 안전사고와 경영난을 이유로 보직과 급여체계를 변환하는 과정에서 일부 직원에 대해서만 동의를 얻고 실질적인 변환이 강등과 감봉 등 근로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것이라면 위법·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노모씨 등 롯데월드 소속 근로자 3명이 운영사인 (주)호텔롯데를 상대로 낸 보직변경발령 무효확인 등 청구소송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 측의 변경 필요성의 내용과 정도, 변경 후 취업규칙 내용의 상당성 등을 감안하더라도 변경된 '보직부여 기준안'은 실질적으로는 징계의 일종인 강등과 유사한 결과를 초래해 적용을 받게 되는 근로자들의 불이익이 결코 작지 않을 뿐만 아니라 취업규칙을 개정할 만한 긴박하고 중대한 상황도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가 간부사원들과 일부 3급 사원들을 대상으로 변경된 '보직부여 기준안'에 대한 설명을 개최하고 일부 사원들로부터만 동의를 받은 상태에서 원고들에 대해 아무런 대상조치나 경과조치를 두지 않은 채 일방적인 불이익만을 감수하도록 한 것은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도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상 위기 극복을 위한 인력의 효율적인 배치와 근로자의 근무의욕 고양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의 '보직 부여 기준안'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보고 이를 유효하다고 인정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롯데호텔은 놀이기구를 점검하던 직원이 추락사하는 등 안전사고가 계속되고 적자가 이어지자 2007년 1~6월까지 롯데월드를 휴장하고 근무실적에 따라 팀장급을 팀원급으로 보임할수 있도록 하는 새 '보직 부여 기준안'을 마련해 시행했다.
 
또 2급 이상 간부사원에 대해서는 기본급의 800%를 인사고과에 관계없이 상여금으로 지급하던 것을 인사고과에 따라 차등지급하도록 급여체계를 변경했다.
 
호텔롯데는 이 같은 내용을 노씨 등을 포함한 간부사원들만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해 공지했으며, 간부사원 총 74명 중 노씨를 비롯한 64명이 변경안에 동의했다.
 
이후 노씨 등 3명은 변경된 '보직 부여 기준안'에 따라 팀장급에서 팀원으로 보임되고 급여마저 감액되자 "회사의 전보명령 목적은 간부들을 팀원으로 강등시켜 모욕감을 줘 자진 사직하게 하려는 것으로 인사권을 남용한 것이어서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그러나 1, 2심은 "변경된 보직안이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된 것은 맞지만 경영상 위기 극복을 목표로 한 점, 일부 나태한 직원들에게 경종을 올리고 성과가 좋은 직원들에게 그에 상응한 보상을 하려는 것이 목적이었던 점, 경제적 불이익이 수당의 일부를 받지 못하는데 그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며 노씨 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노씨 등이 상고했다.
 
대법원.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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