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강제노동 희생자 유골 70년만에 고향땅 밟아

18일 부산항 도착, 20일 서울시립제2추모공원에 안치

입력 : 2015-09-18 오전 9:59:19
머나먼 타국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리다 제대로 된 무덤 하나 없이 잠들어야 했던 조상들이 광복 70년만에 고국 땅을 밟았다.
 
한국의 ㈔평화디딤돌(이사장 정병호)와는 강제노동 희생자 유골 115구가 18일 오전 8시쯤 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평화디딤돌의 동아시아공동워크숍은 1997년부터 ‘홋카이도 강제노동 희생자 추모·유골 귀환 추진위원회’를 설립해 강제노동자 희생자들의 귀환인 ‘70년만의 귀향’사업을 진행해왔다.
 
위원회는 지난 18년간 훗카이도 일대 사찰·공사장 등에서 조선인 강제징용 희생자 유골 115구를 발굴·수습, 광복 70년을 맞아 지난 12일부터 다시 고국으로 돌아오는 행렬을 시작했다.
 
비행기로 올 경우 단 2시간 30분이면 충분한 거리지만, 희생자들이 끌려온 길을 그대로 밟기 위해 육로로 도쿄, 교토, 히로시마 등을 거치며 추도행사를 가졌다.
 
유골 115구와 자원봉사자들은 전날 일본 시모노세키항을 떠나 드디어 이날 오전 8시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 발을 내디뎠다.
 
부산 민예총 회원들은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이들의 송환을 환영하는 맞이굿을 벌였으며, 근처 수미르공원으로 이동해 오전 11시부터 진혼제를 갖는다.
 
진혼제는 부산 민예총의 주관 아래 정유성 서강대 교수가 사회를 맡아 일본 여정 보고, 헌시, 헌가, 진혼굿, 유족 인사, 축문 낭독, 헌화의 순서로 진행한다.
 
진혼제가 끝나면 곧바로 서울로 이동,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안식의 집에 유골을 이틀간 임시로 안치한다.
 
대한성공회 측은 18일 오후 7시 30분 추모 예배를 갖고, 분향소 설치, 유골 임시 안치 등을 맡아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프리드라이프에서 유골 운구를 위해 운구차량 및 버스를 후원, 한국 일정의 처음부터 끝까지 유골과 참가자들의 편의를 돕고 있다.
 
이어 19일 오후 4시에는 서울도서관 4층 사서교육장에서 이번 행사 전반에 대한 보고회가 진행되며, 오후 7시에는 서울광장에서 장례식이 열린다.
 
장례식에는 한국종교평화인회의 소속 7대 종단 대표자,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참석해 추모의식이 진행되며 가수 정태춘, 재즈가수 써니킴, 민족예술가 이애주 등의 추모공연이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유골은 20일 오전 6시 성공회 성당을 출발해 벽제 서울시립승화원에서 화장을 치른 뒤 파주 서울시립제2추모공원에 안치된다.
 
정병호 이사장은 “한국과 일본의 전문가와 청년들이 18년간 노력한 결실을 맺게 됐다”며 “강제징용돼 가족과 고향을 떠나 희생된 사람들의 상처를 이해하고 치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제 강점시대 끌려간 조선인 강제노역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법회가 자넌 17일 오후 시모노세키 혼간지파 코묘지에서 열리고 있다. 이날을 마지막으로 70년 동안 묶여있던 유골 115구는 일본을 영원히 떠나 18일 고국으로 돌아왔다. 사진/평화디딤돌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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